[기고] 21세기 들어 기술 중심에서 감성이 강조되는 사회로 변화하면서 ‘디자인’이 경쟁력의 핵심수단으로 떠올랐다. 의류에서 가전제품,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가히 ‘디자인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이같은 시대흐름에 맞춰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창설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2년(홀수년도) 주기로 9월부터 10월 사이에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 행사들로 꾸며진다.

특히 2015년부터 광주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비엔날레 행사를 주관하면서 디자인을 통한 시대적 담론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디자인의 미적·실용적·경제적 가치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헷갈리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 혁신적 디자인, 미래 라이프스타일 제시, 경제·산업적 가치 등을 강조한다면, 광주비엔날레는 실험적인 현대 순수미술 중심의 미학적 가치를 중시한다.

예술과 디자인은 속성과 지향하는 가치도 차이가 있다.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한다. 창작 과정 자체도 퍼포먼스이자 예술이다. 반면 디자인은 공감, 소통, 공유의 개념이다. 창의적인 창작활동과 더불어 경제적 가치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트렌드, 사용자, 경쟁 시장과 제품, 기술 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사고가 더해져 디자인 개발, 생산, 소비 활동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디자이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고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는 혁신자(Innovator)가 돼야 한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비싸거나 팔리지 않는다면 좋은 디자인이라 하기엔 한계가 있다. TV, 휴대전화 등 삼성전자의 세계 1위 질주, 기아자동차의 K시리즈 성공 등도 스타일링(styling)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을 혁신(innovation)에 활용한 결과이다.

이같은 디자인의 가치·속성에 비춰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방향성이나 정체성을 헷갈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디자인 융합을 통한 문화예술의 산업화, 감성 기반의 데카르트 마케팅(Tech+art Marketing) 등 디자인과 문화예술은 우리 광주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야 할 매우 중요한 장르이다.

광주디자인진흥원은 지난 2015년 이후 디자인비엔날레를 주관하면서 더 나은 삶, 미래 비전 제시, 디자인의 가치, 경제·산업적 파급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와 함께 ‘미래들(FUTURES)’을 주제로 열린 2017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당시 미래 제품(Smart Object), 미래 집과 도시(Smart House and City), 미래 운송수단 (Mobility in the Future), 신재생에너지(New and Renewable Energy) 등 분야별 미래상을 선보였다. 당시에 선보였던 제품, 서비스는 현재 상용화로 이어져 미래,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됐다.

지난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세상을 바꾼 다양한 디자인, 다양한 전시콘텐츠를 통해 시대흐름을 느끼고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몰고 온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시 규모는 50개 국가 1039점에 달하고, 국내외 참여기업도 87개로 늘었다. 관람객 수는 지난 2015년 10만7000여 명에서 2017년 27만여 명, 2019년 32만여 명에서 지난해 42만여 명(온·오프라인 합계)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베네치아, 런던, 밀라노 등 세계 각 도시가 비엔날레, 페스티벌, 산업전시 등을 개최하는 이유는 행사 자체의 비즈니스 가치가 중요하지만,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역시 경제적 성과 창출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오는 2023년 9월 개최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어느덧 10회째를 맞았다. 이번 행사의 과제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한단계 도약을 이뤄내는 것이다. 1회성 행사가 아닌 우리 디자인계와 시민들이 참여하고 디자인·지역 산업 발전, 광주 브랜드를 높이는 지속가능한 행사.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기술, 탄소중립, 미래 디자인 등 변화와 혁신을 담아내고, 디자인 전시 다운 고품격 전시 연출로 새롭게 관람객을 맞이할 것이다.

광주의 세계적 디자인 자산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마음으로 성공 개최를 위해 온 시민들과 함께 준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