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파리 시내를 걸었어. 노천카페에서 들려오는 아리랑 노래에 걸음을 멈추었어. 아리랑이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라는 것을 프랑스 파리에서 알다니. 아리랑 노래에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러웠어. 서울에서 살 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줄 몰랐어. 쓰디쓴 소주가 그리운 날 있잖아. 아무리 맥주를 마셔도 그 맛을 찾을 수 없어 서울 하늘을 보며 펑펑 울었어.” 80년 후반에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있는 벗은 편지에 차곡차곡 한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써 놓았다. 그때는 대한한국의 위상(位相)이 높지 않았다.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전쟁을 겪고 70년 만에 세계 경제 8위를 기록했으며, K팝을 선두로 드라마, 영화 등 국제 사회에서 한국은 문화강국이 되었으며 코로나 19도 잘 대처해 국가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동양과 서양의 문화 간 차이를 연구하는 비교문화 심리학에 한국인의 특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어쩌다 한국인’ 이라는 책을 통해 관계주의 특성을 말한다. ‘서양의 언어는 기술의 언어라면 한국인은 마음을 보여주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서양의 언어는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기술을 한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 밥 먹자고 전화를 하면 서로 날짜를 맞추어 약속을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밥 먹자는 말은 겉치레가 담긴 언어라는 것이다. 한국인은 심정(사람의 내면으로부터 일어나는 감정이나 심리)중심주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심정 중심주의는 ‘행동보다는 마음을 중시하는 경향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을 중시하는 언어는 상대방에게 친근함을 표현하는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우리는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도 이모, 이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엄마 친구를 부를 때도 아주머니, 아저씨 보다는 이모, 삼촌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고모보다는 이모라는 호칭을 많이 쓰는 것은 부계보다는 모계관계가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세대 간의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대화의 패턴이 기성세대와 MZ세대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심정 중심주의 언어의 패턴을 많이 사용하는데 MZ세대들은 기술주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화방법에 차이가 크다.

중소기업에서 신입사원과 대화의 소통이 되지 않자. 30대인 MZ세대에게 직장 상사가 질문을 한다. “왜 그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가?” 질문을 받은 30대 직장인은 “왜 그것을 나에게 묻지.” 하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강의를 듣던 학생이 투덜거렸던 기억이 있다. “왜 모르는 나에게 말을 걸지요.” 버스에서 모르는 할머니가 대화를 걸어오는 것이 몹시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세대 간의 소통의 차이는 그동안 관계주의 언어 소통을 받은 기성세대와 기술주의 교육을 받은 MZ세대와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관계주의 특성이 나타나는 관심 있는 질문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가족은 몇 명인가? 집에 가면 뭐하고 지내지? 밥은 먹었어? 관심의 언어는 MZ세대에게는 상대의 관심도 불편하며 의미가 없는 대화다.

허태균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관계주의 특성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같은 생각을 하고 동일해 질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갈등이 없는데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아야 한다는 관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와 생각이 다르며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특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용하는 언어적 소통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때부터 세대 간의 간격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6시면 퇴근 시간이라고 말하는 직원에게 “벌써 퇴근하려고” 보다는 규칙상 그것이 맞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행이 대한민국 사회는 끊임없이 서로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공정하고 균형 잡힌 직장생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다 한국인’ 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아리랑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낄 것이다. 한국인을 사랑한다. 어쩌다 만난 인연이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르지만 같은 것 같은 서로가 닮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