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 이순신 장군은 호남을 지켜내기 위해 불과 12척의 배로 왜선 330척을 상대했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必死卽生 必生卽死)’의 정신으로 싸워 세계 해전사에 기적으로 평가되는 명량대첩을 승리할 수 있었다. 그 바탕에는 곡창지대인 호남을 잃고서는 국가를 지켜낼 수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전략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방세입이 없다면 전남은 있을 수 없다(若無稅入 是無全南).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결정하고 실행하는 지방자치시대가 도래한 지 20여년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사업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세입이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이처럼 자주재원의 확보 없이는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됐다고 볼 수 없다.

자주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수입으로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말한다. 전남도는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체납 최소화, 탈루·은닉 세금 징수 및 신세원 발굴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우선, 체납액을 최소화하고자 매년 지방세 이월체납액 줄이기, 지방세 징수율 올리기를 추진해 ‘도·시군 합동 체납징수기동반’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지방세 과세 취약 분야에 대해서는 법인 세무조사를 실시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632억 원의 탈루·숨은 세금을 추가 징수해 지방세입을 확충했다.

또 도와 시·군이 공조해 2018년부터 지금까지 대형 렌터카 업체 차고지 4곳을 유치함에 따라 도내에 차량 23만463대를 등록해 취득세 등 2000억 원 세입을 새로 증대시켰다. 한편, 2021년 말에는 전남도에서 입법을 추진한 화력발전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세율이 kwh당 0.3원에서 0.6원으로 2배 인상됨에 따라 2023년부터 매년 70억 원의 추가 세입이 발생하게 됐다.

올해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방소비세 납입관리자로 전남도가 선정돼 지방소비세 전국 총액 24조 원을 관리하게 됨에 따라 이자수입 20억 원이 발생하게 됐다. 지방소비세 납입관리자는 부가가치세의 23.7%인 24조 원 규모의 지방소비세를 납입받아 소비지수 등 안분기준에 따라 각 시·도 및 시·군·구에 송금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총력을 경주한 결과 전남도의 지방세 세입규모가 2018년 2조4000억 원에서 2021년 3조70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해 지방재정자립의 기틀을 다졌다. 아울러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으로 전국 도 단위 지방세 징수율 1위를 달성했고, 지방재정혁신 지방세 분야 평가에서 2019년과 2021년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새 정부는 4대 정책 방향의 하나로 지역균형 발전 정책(함께 가는 행복경제)을 채택하면서 ‘지방 경쟁력 제고 등으로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 실현을 공표했다. 지역경쟁력 제고는 지방 재원의 확보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지방세수 확충을 위한 전남도의 발걸음은 다시 시작된다.

앞으로 전남도는 지난해 국회 문턱에서 좌절됐던 원전 방사성 폐기물과 시멘트, 석유정제 저장시설, 유해화학물질 등 지역자원시설세 입법 신설을 다시 추진한다. 이는 환경오염 등 외부 불경제의 사회적 비용 보전을 위해 2020년부터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입법을 추진했지만 해당 업체들의 반발로 과세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방세 과세가 이루어진다면 전남도의 경우 연간 1070억 원의 세입 확보가 예상되고, 전국적으로는 5055억 원의 지방세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두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무슨 일이든 서로 함께 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전남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자구노력에 정부의 지방재정 강화와 지방재정 균형 측면의 제도적·입법적 뒷받침이 마련된다면 진정한 지방자치는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