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란 어느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교육개혁을 거론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됐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사법개혁과 최근 윤석열 정부의 법무 행정을 살펴보면서 필자의 머릿속에 문득 풍선효과라는 단어가 소환됐다.

최근 검찰과 경찰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그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내용은 경찰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무려 123곳이나 압수수색을 했다는 부분이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 5년 내내 사법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검찰의 힘 빼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했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국민 50% 이상이 반대하는 소위 ‘검수완박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킨 것도 그런 기류의 반영이었다. 중도층이 떨어져 나가 대통령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세간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석열·추미애 싸움에 매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검찰 권력만 약화시키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허망함 이상인 것 같다. 사법개혁의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대부분의 지방정부를 내놓는 등 잃은 것은 엄청난 데 얻은 것은 거의 없다. 우선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 차원에서 추진한 개혁안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의해 대부분 원점으로 회귀되고 있다. 두 장관이 행한 것 중 남은 것은 오로지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만든 것뿐이다. 이 전투에서 이기면(윤석열 총장 몰아내기) 전쟁(대통령 선거)에서도 이긴다는 그들만의 이상한 논리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았다.

국회에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도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을 것 같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 지속적인 효력을 가지려면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키든가 아니면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받는 법안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 다수당이 바뀌거나 정권이 교체돼도 법안의 생명력이 오래간다. 그러나 검수완박법은 두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나중에 법안 내용을 많이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도 국민의 머릿속에는 그냥 부정적 의미의 검수완박법으로 기억될 뿐이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우스운 말처럼 아마도 검수완박법은 2년 후 치러질 총선 전에 어떤 형태로든 수정될 것이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이다.

국민 다수는 검경수사권 분리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다만 경찰이 검경수사권 분리에 따른 준비 기간을 갖도록 점진적으로 시행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 이런 소리에 귀를 막았다. 문자폭탄 세력의 지지에 고무된 나머지 오로지 검찰 권력을 무력화하는 데만 골몰했다. 그 반대급부로서 초래될 경찰의 비대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은 완전히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집권세력의 권력기관 통제는 검찰보다 경찰 쪽이 훨씬 쉬웠다. 이는 구성원의 신분 안정성이나 조직의 독립성만 봐도 금방 추측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경찰은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무려 123곳을 압수수색을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민주당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아마도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검찰공화국론’으로 계속 강경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는데 경찰이라는 엉뚱한 복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런 풍선효과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먼저 지금까지 행한 실수와 오류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서 계속 검찰의 악마화와 ‘검찰공화국론’에만 매달리려고 하는 당내 탈레반 국회의원들을 뒷전으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국민에게 그동안 여론 경청에 소홀한 점을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럼 국민도 민주당에 다시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민은 행정부 견제 세력으로서 국회와 야당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혹시 있을 검경의 부당한 수사나 정치보복에 대한 대처도 다수 국민과 함께할 때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