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도시 광주 ‘과학자의 길’을 아시나요



윤석구 광주과학기술진흥원장



1665년 영국에서는 흑사병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게 되어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다니던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잠시 폐교되었다. 이 시기에 뉴턴은 2년 동안 고향에 내려가 있었다. 그는 2년의 시골 생활에서 과학과 철학에 대해 많은 사색을 했고, 그 유명한 사과나무 일화도 이때 생겼다고 한다. 뉴턴은 왜 사과는 위나 옆으로 떨어지지 않고 항상 아래로 떨어지는가를 생각했고, 20년 후에 중력 때문이라는 것을 학문적으로 입증했다고 한다. 사과가 떨어지는 방향을 깊이 사색한 대학 시절의 생각이 20년 후에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이렇게 유명해진 뉴턴의 사과나무 일화 때문에 뉴턴의 고향 링컨셔에 있는 사과나무 3대 자손이 지금 케임브리지 대학에 있으며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의사들은 그가 40세를 넘기면 기적이라고 진단했지만 기상, 차 마시기, 집필, 강의, 식사, 산책 등 모든 일을 정해진 시간에 행했다고 한다. 칸트가 회색 코트를 입고 등나무 지팡이를 들고 집 문 앞에서 나타나 오늘날 철학자의 길로 불리는 보리수나무가 있는 작은 길을 걸어가면 이웃 사람들은 정확히 3시 30분임을 알았고, 그 덕분에 칸트는 정확히 40의 2배가 되는 80세까지 살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칸트의 철학자의 길은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는데 간간이 놓여 있는 벤츠와 철학자의 뜰이 있을 뿐이지만 칸트의 향기와 훗날 독일의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커 등 유명한 철학자들이 이곳을 산책했고, 명상에 잠기고 영감을 얻었다는 일화 덕분에 철학의 문외한인 많은 사람들이 철학자 못지않게 사색이 잠겨보겠다고 찾아오는 명소로 변했다.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에서 평생을 보냈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잠은 뇌에 좋다는 상식을 실천하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을 잤다고 한다. 그는 소들이 감전사하는 꿈을 꾸면서 상대론을 떠올린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잠을 좋아했고 낮잠도 즐겼다고 한다.

또한 산책을 매우 좋아했는데 프린스턴 대학 근무 당시 매일 2.4km 떨어진 곳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하루 세 번 45분의 산책을 즐겼다는 일화로 지금도 그 산책로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 산책로에는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 한국 유학생들이 즐겨 찾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대구의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나 칸트의 철학자의 길과 같이 광주첨단과학도시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과학자의 길(추진위원장 박성수 이사장)이 2021년 광주과학기술원 김영집 부총장의 제안으로 조성되고 있다.

첨단산업단지 내 산학연 기관과 상호 연계 협력하여 시민들이 과학을 일상처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7km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소통과 여가 활동의 장소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유치원, 초·중·등 학생들이 산책로에 세워져 있는 과학자들과 대화하면서 공부하고 과학관에 들어가서 현장학습도 하고, 디자인진흥원에 세워질 예정인 광주EBS아시아 캐릭터 랜드에서 즐겁게 노는 코스라면 과학자의 길은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다.

필자가 1978년 초등학교 교사 시절에 우리 반 학생들에게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질문하면 80% 이상이 과학자라고 답변했었는데 요즈음 학생들은 의사나 판사를 선호하지 과학자는 순위가 많이 밀린다고 한다.

과학발전은 국가발전의 초석이다. 뉴턴이 절은 시절 많은 사색을 통해 훌륭한 과학자가 되었듯이 학생이나 시민들이 과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과학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길로 만들어진다면 광주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6월 15일 제막식을 가진 필자가 근무하는 광주과학기술진흥원 앞 표시판에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을 소개하고 있다. 그 옆에 뉴턴의 사과나무를 심어서 중력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 각 기관마다 다른 과학자를 소개하고 유익한 시설물을 세워 놓으면 칸트의 철학자의 길이나 아인슈타인의 산책로보다 더 유명한 명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