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주년을 맞은 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화두는 단연 오월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었다.

5·18의 헌법 전문 수록 요구는 2010년 초반부터 제기돼오다 지난 2018년 1월 광주시민사회진영과 정치권, 종교계 등으로 짜여진 ‘5·18 등 민중항쟁정신 헌법수록 국민운동본부가 발족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헌법 수록이 실현되기에는 아직 먼 길이었다. 헌법 개정을 통한 전문 수록은 국민투표로만 가능한 일이여서 그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진 우리 정치지형에서 논의조차 쉽지 않았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5·18의 헌법전문 수록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여당인 이재명 후보는 물론이고 야당인 윤석열 후보까지도 헌법 수록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던 것.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대선 후보 시절 수차례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5·18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의 상징이며, 5·18의 정신은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또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할 때는 “5·18정신이라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므로 개헌 때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전부터 늘 주장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윤 대통령이었기에 광주시민들은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인 42주년 5·18 기념식에서 오월정신 헌법수록을 공식화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컸다.

광주시민들이 5·18의 헌법 수록을 그토록 갈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헌법의 존엄한 가치 때문이다. 헌법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규정하고 있는 기본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의 기본적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정하고 있다는 것은 헌법이 모든 국가질서의 바탕이 되고 한 국가사회의 최고의 가치체계라는 뜻이므로 입법, 행정, 사법 등 모든 국가 권력은 헌법을 근간으로 행사돼야 한다.

헌법은 또 국가사회의 최고가치 체계이므로 법률을 만들고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그 때문에 헌법은 그 나라의 최상위 법으로 취급되며, 대부분의 나라가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헌법의 개정절차를 까다롭게 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로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의결을 거친 뒤 반드시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최상위 법이므로 대한민국의 어떤 법도 이 대한민국 헌법을 거스를 수 없고, 헌법에 위반된 법률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 효력이 없다. 여기서 법률은 국내법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제법규나 조약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제정된 뒤 지금까지 모두 9차례 개헌됐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영향으로 같은 해 10월27일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된 제10호 헌법이며 유일하게 10년 이상 유지된 역대 최장수 헌법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조문 앞에 있는 공포문이다.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 목적, 헌법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 이념이나 원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철학을 제공하는 선행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본문과 마찬가지로 재판규범성이 인정된다.

오월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된다는 것은 바로 오월 정신이 대한민국 기본적 가치질서의 철학으로 우뚝 선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월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면 5·18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모두 대한민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 5·18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5·18 헌법 전문 수록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오월 정신이 헌법 정신 그 자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추후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5·18은 한국의 현대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위대한 민중항쟁이다. 5·18이 헌법 전문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헌법이 아직 사회적 역사적 규범으로서 시대를 표상하는 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5·18 헌법 전문 수록을 실현 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