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의 올 시즌 키워드는 ‘환골탈태’로 같다. 지난 시즌의 아픔을 잊고 다시 명가로 도약하겠다는 것.
광주FC는 지난 시즌 승점 37점으로 리그 최하위(12위)에 머물렀다. K리그1 최하위는 자동으로 2부리그로 떨어지는 원칙에 따라 광주는 2년 만에 강등되는 아픔을 겪게 됐다. 김천 상무를 제외하고 K리그 최초로 3회(2012·2017·2021) 강등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KIA타이거즈도 마찬가지다.
KIA는 지난 시즌 창단 첫 9위로 체면을 구겼다. 1982년 해태 타이거즈 출범 이후 최저 순위였다.
KIA 시절 2004년과 2007년 8구단 체제에서 두 차례 꼴찌를 한 적은 있으나 10구단 출범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이는 3년 연속(7위-6위-9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와 리그 마지막 순위 결정전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에 KIA는 대표이사, 단장, 감독을 새롭게 임명하고 새판짜기에 나섰다. 성적과 재건 두 가지를 동시에 쫓았던 과거를 잊고 ‘윈나우’를 천명, 전통 강호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공헌했다.
양 팀 모두 당찬 각오를 내걸고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광주FC와 KIA타이거즈의 현황과 전망을 분석해본다.
△광주FC “다시 새롭게”
광주FC는 2부리그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빠르게 새판짜기에 나섰다.
지난 시즌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광주FC는 구단 임직원들의 횡령 혐의 적발에 이어 직원들 간의 내부 폭로전이 터지면서 구단의 모든 업무가 멈춰 섰다. 이후 단장과 감독이 책임을 통감한다는 이유 등으로 물러나면서 광주는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광주시가 나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미 소중한 시간은 흘러간 뒤였다. 타 팀들은 이미 선수단을 소집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더욱이 광주는 감독 선임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또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지훈련부터 국내·외국인 선수 영입 등 모든 것이 늦춰졌다. 적은 훈련 시간은 그대로 경기력으로 연결, 시즌 초반 연패를 거듭한 원인이 됐다.
올 시즌 광주의 비시즌은 달랐다. 제7대 사령탑으로 이정효 감독(46)을 선임하고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다.
일찍이 목표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선언하고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힘을 실었다. 또 무한경쟁을 유도하며 선수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후 개개인의 역량 평가를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주축 선수들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보강하며 새 판을 짰다.
성과는 그대로 경기장에서 나타났다.
이정효 감독의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 축구가 빠르게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 신생구단 김포FC와의 개막전에서 1-2로 패한 아픔을 딛고 2022시즌 K리그2 2라운드 로빈을 진행 중인 현재 리그 1위다. FA 3라운드(24강)에서는 K리그1(1부) 2위 인천유나이티드를 상대로 6-1 대승을 거두며 ‘자이언트 킬’을 해내기도 했다.
광주는 지난 22일 경남과 승부(2-2)를 내지 못하면서 4연승을 마감했으나, 리그 10경기 연속 무패(8승 2무)로 1위(승점 35·11승 2무 2패)를 지켰다.
마치 패하는 법을 잊은 듯한 경기력이 이어지자 자연스레 기록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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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2 K리그2 15라운드 안산그리너스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광주FC 선수단이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헤이스와 이으뜸, 허율 등 3명은 한 차례씩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하는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주간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넘쳐난다.
골키퍼 김경민(2회)과 수비수 안영규(5회), 이으뜸(3회), 김현훈(1회) 등이 선정됐다. 미드필더에서는 엄지성(3회), 두현석·이순민·박한빈(2회), 정호연(1회)이 호명됐고 공격수에서는 헤이스(5회), 허율·이건희(2회)가 포함됐다.
이정효 감독 역시 4월 ‘파라다이스시티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이정효 감독의 철학이 녹아들면서 끈끈한 조직력이 경기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 감독은 지난 4월 3일 경남 원정경기에서 승리하고도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된 바 있다. 승기를 잡았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인 선수들을 크게 꾸짖을 정도로 선수들에게 열정과 끈기를 강조한다.
주장 안영규와 부주장 김종우·이순민의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선후배 관계가 아닌 형·동생처럼 지내며 끈끈함 유대감을 만들고 있다.
좋아진 팀 분위기는 경기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상대의 반칙으로 동료 선수가 부딪치거나 쓰러지면 단체로 항의하는 등 뜨거운 결속과 단합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하나다’는 인식이 선수들 가슴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광주가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페이스가 끝까지 이어진다면 K리그1 복귀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열정과 끈기로 무장한 광주 선수단의 활약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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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경기에서 10-5로 승리한 KIA선수단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강력한 호랑이군단, 명문 구단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선언한 KIA타이거즈는 2021시즌이 끝나자 곧바로 칼을 꺼내 들었다.
전면적인 구단 쇄신에 나선 KIA는 과감하게 3년간 동행했던 터커 등을 포함한 기존 외국인 3인방과 작별을 선택했다. 이후 육성을 이유로 관심 밖이었던 FA시장에 대대적으로 참전, ‘거포’ 나성범과 미국에서 돌아온 양현종을 품에 안으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총액 225만 달러를 들여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외국인 3명과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스토브리그를 가장 뜨겁게 보낸 KIA는 KBO 공식훈련날인 2월 1일 설날 첫날부터 신발 끈을 바짝 동여맸다.
‘함평은 2군 선수·재활 선수들의 훈련장’이라는 인식을 깨고, 2022시즌 1군 스프링캠프를 함평에서 꾸렸다. 또 전남 영광·함평 숙소 등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 팀이 혼연일체가 되도록 결속력을 다졌다.
선수들 역시 맹추위도 잊고 적극적으로 훈련에 나섰다. 이전보다 훈련량과 시간이 대폭 늘어났지만, 그 누구도 불만 없이 진중한 태도로 훈련을 소화했다. 지금 탄탄한 토대를 다져놔야 절치부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들이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다.
올 시즌 ‘김종국호’로 출발한 KIA는 시범경기에서 8승 3패 2무(승률 0.727)로 리그 공동 1위를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어이없는 수비 실책 등으로 LG와의 홈 개막전에서 모두 패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한화와의 주중 3연전에서 스윕승을 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SSG와의 주말 3연전에서 싹쓸이 패를 당하며 다시 고꾸라졌다.
이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이어간 KIA는 4월 한 달 동안 24경기를 치르며 10승 14패 승률 0.417로 하위권인 7위를 기록했다.
경기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팀 타율 0.261로 리그 전체 2위를 기록했고, OPS는 0.709로 리그 선두를 달렸다. 선발진(평균자책점 3.03·리그 3위)도 좋았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13회로 삼성, SSG와 함께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들쭉날쭉한 타선에 있었다.
타선의 침묵으로 1점 차로 패한 경기가 5차례나 됐다. 단 한 점도 만들지 못한 영봉패도 3경기였다. 반면 3경기에서는 두 자릿수 득점을 만들어내는 등 기복이 심했다.
불펜진의 방화도 발목을 잡았다. 5회까지 앞선 경기는 5승 1패를 기록했지만 7회까지 앞선 경기는 7승 3패에 그쳤다. 여기에 야수들의 성의 없는 33개의 실책성 플레이는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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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경기에서 김종국 KIA타이거즈 감독이 끝내기 안타를 때린 소크라테스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고질적인 약점을 해결하고자 키움히어로즈에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2023년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검증된 자원인 포수 박동원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했다.
또 투수 이민우·외야수 이진영을 내주는 대신 한화이글스 투수 김도현을 영입했다. 포수 김민식과 SSG 투수 김정빈, 내야수 임석진을 맞바꾸는 1대2 트레이드를 단행, 유망한 투타 자원과 함께 포수 교통정리도 해결했다.
폭풍영입으로, 가용 자원이 늘면서 선수단 내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KBO 적응기를 마친 소크라테스의 폭격(5월 77타수 33안타·4홈런 타율 0.429 22타점 등)이 시작되면서 KIA는 5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KIA는 19경기를 치른 23일 기준 14승을 수확하며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으로 돌변했다. 1799일 만에 사직 롯데전 스윕승 등 3연전에서 두 차례 싹쓸이를 했다. 루징시리즈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그 결과 KIA의 승률은 어느새 5할 승률을 회복, 올 시즌 가장 높은 0.535(23승 20패)를 기록 중이다. 리그 순위도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 리그 2위 LG트윈스와 2.5게임 차, 리그 3위 키움과는 0.5게임 차까지 따라붙었다. 앞으로 KIA가 좋은 결과를 얻어내면 언제든지 상위권까지 도약할 수 있다.
올 시즌 ‘윈나우’를 천명한 호랑이 군단이 4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