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이 42주년을 맞은 가운데 계엄군이 옛 전남도청 앞에서 의도적으로 시민들의 상체를 조준 사격했다는 당시 의료인이 진술이 나와 계엄군의 참혹한 시민 진압을 방증하고 있다.

22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록관 다목적 강당에서 ‘하얀 가운의 오월 시민군, 의료인 현장보고’ 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집담회에서는 당시 광주기독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에서 근무하던 의료진들이 참석해 1980년 피로 얼룩졌던 광주의 모습이 생생히 구술됐다.

특히 구술에 참여한 김성봉 당시 광주기독병원 응급실장은 1980년 5월 21일 광주 동구 전남도청 일대에서 자행된 집단 발포 과정에서 계엄군의 의도적 상체 조준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실장은 “5월 21일 점심을 지나 갑자기 시내 쪽에서 총소리가 들려 왔고, 잠시후 총상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도착한 환자들은 허벅지 아래 하체 부분에 총상을 입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들은) 점점 위로 올라와 복부와 흉부 부분에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군인들이 처음에는 교육 받은대로 하체를 조준해 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상체를 겨냥해 짐승 사냥하듯이 마구 쏘아댔던 것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또 “총상 환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구조 활동은 너무나 헌신적이었다. 쓰러진 시민을 구조하다가 자신이 총에 맞은 시민도 많았다”면서 “환자들을 수술해 확인해 보니 얇은 총알 껍질 속에 납탄이 들어 있어, 납덩어리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치명적 상해를 입혔다”고 덧붙였다.

전두환 보안사가 사후 보상 규모 축소를 위해 숨진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폭도와 비폭도로 나누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문형배 당시 전남대병원 병리학과 전공의는 “(1980년) 6월 10일께 보안사에서 연락이 와 군인 짚차를 타고 저녁께 505 보안대에 도착했다. 당시 505보안대 작전참모 모 중령 등 11명이 한 방에 모였다”며 “당시 이곳에서 숨진 165명의 광주 시민들에 대한 폭도와 비폭도 분류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군이 광주 사망자 숫자가 165명이라고 발표했는데, 그 숫자가 바로 민간인들에 대한 검안 숫자”라며 “보안사는 ‘폭도는 단 1원도 줄 수 없고 비폭도는 후한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작업을 하게 된 의료진 등은 비폭도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보안사와) 엄청 다퉜다”고 증언했다.

특히 “보안사는 ‘총을 맞아 죽은 사람은 모두가 폭도’라는 논리로 처음부터 사망자 165명이 전부 폭도고, 최소한 폭도가 100명은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사입구가 등에 있고 사출구가 배쪽에 있으면 도망가다 죽은 사람으로, 타박상이나 추락사로 사망한 사람들은 비폭도로 구분해 비폭도가 100명이 넘게 된 것”이라며 “보안사는 60여명을 ‘폭도’로 규정해버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