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창이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선거에 이어 치러지는 바람에 국민의 관심도 그만큼 줄었고, 흥행도 예전만 못하다. 경쟁률도 역대 최저치다. 특정 정당의 당세가 약한 지역은 출마가 크게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2324개 선거구에서 총 7618명이 후보등록을 했다. 선출 정수는 4132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1.8대1에 그쳤다. 사상 최저 경쟁률이었던 2014년(제6회 지방선거) 2.3대 1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체 후보자 중 494명이 투표를 치르지 않고 ‘무투표 당선’됐다. 무투표 당선자 10명 중 3명(28.9%)은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광주·전남 68명, 대구·경북은 75명에 달한다. 지지층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으로 쏠린 지역에서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예비후보자들이 출마를 포기했다는 얘기다. 정치 지형이 양극화 된 탓이다.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소장 박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무를 잘 했다’는 긍정평가에서 여당 지지층과 야당 지지층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격차가 가장 큰 시기를 기준으로 볼 때 김영삼 정부는 39%포인트였고, 김대중 정부는 48%포인트로 증가했고 노무현 정부 시기엔 62%포인트로 늘었다. 이명박 정부는 64%포인트로 더 늘었고, 박근혜 정부 75%포인트로 계속 커지다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무려 85%포인트에 이르렀다.

지난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취임 직전 국정 운영 기대감은 57%에 그쳤다. 특히 여당 지지층과 야당 지지층간 의견이 극단으로 갈려 국민의힘 지지층은 89%가 긍정적으로 전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69%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수치로만 보면 정치양극화가 가장 극심한 나라로 꼽히는 미국보다 심각하다. 한국 유권자들의 정치 양극화가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양극화의 사례로는 위성정당 출현으로 실패로 끝난 선거제도 개편은 물론, 검찰개혁 법안을 다수당이 강행해 통과시킨 것, 청와대를 하루아침에 비우고 용산으로 이전한 것 등등 차고 넘친다. 불과 24만 7077표, 득표율 기준 0.76%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린 20대 대선은 그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정치양극화의 단면을 노출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가 늘어나고 이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비치는 세력을 싸잡아 공격하는 극단 세력들의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극단의 대결은 더 극심한 극단을 부른다. 파쇼에 저항했던 이들이 개혁을 앞세워 파쇼를 저지르고 반지성에 저항한하다면서 반지성을 행하는 극단의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독선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퇴행으로 이어진다.

정치양극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적인 핫 이슈이다. 캐스 선스타인(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은 ‘집단극단화’가 일어나는 요인으로 △정보의 편향 △확증편향 △평판의 압력이라는 세 가지를 들었다. 이를 들여다 보면 세 요인 모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할 수록 심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선스타인은 “온라인 공간이 확증편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집단의 양극화를 악화시켜 극단주의, 사회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애초 더 많은 이들을 소통으로 이끌어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됐었지만 실상은 정치양극화의 토양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승자독식 정치제도와 선악론에 휩싸인 정치문화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세월호 사건과 촛불혁명 이후 대한민국을 새롭게 할 기회를 흘려보낸 게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모두 이겨 절대권력이 됐는데도 양극화를 줄이고 갈등을 해소할 해법을 실행하기 보다는 ‘20년 집권’을 운운하며 허송세월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야당과 협치하며 통합의 정치를 이끌고 정치양극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양극화가 호남에 주는 경고는 ‘호남이 극단의 유혹에 빠지기 쉽게 됐다’는 것이다. 영·호남으로 갈린 정치지형이 이제는 세대로 계층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의 진앙지로 오해될 소지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틀 연속 광주를 찾아 훼손된 자당 후보들의 현수막을 교체한 것은 그 전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