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사람은 아는 대로 행동한다. 그래서 아는 것이 힘이다. 자신을 알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 또한 힘이다. 알기 위해서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 상담실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가족인데도 상대를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관계에서 확성기를 켠 채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틀어댄다. 이런 관계에서 대화가 통할 수 없다.

정권이 교체되고 여야가 뒤바뀌었다. 새로 정권을 잡은 여당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 과정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 그 중 한 가지는 장관 후보자들의 삶에는 철저하게 자신과 가족, 자신의 조직 이익이 넘쳐났다는 점이다. 둘째, 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양식이 무엇이 그릇된 줄 모를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도덕성 결여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을 잘못한 줄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셋째, 이들의 말에는 국민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내뱉은 언어는 너무나 날카로웠다. 눈빛은 더했다. 그들의 뻔한 거짓말에는 차리리 처연함이 가득했다. 자신을 속이고 누구를 지키기 위함이었을 게다.

이런 이유는 그들이 몸담았던 경험에 의존한 결과이다. 경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직접경험과 간접 경험이다. 인간이 모든 경험을 직접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족한 경험은 간접경험을 통해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지식의 지평을 넓히려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갖추어야 한다. 삶에 대한 개방성을 갖추려면 자신을 낮추고 절제해야 한다. 경험에 개방적인 환경을 만들려면 다양성이 필요하다. 같은 성질의 내집단끼리 자주 어울리다 보면 생각의 다양성, 관점의 다양성은 사라진다. 사라진 다양성은 스키마를 획일화시킨다. 외부자 시선이 깃들 곳이 없어진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거칠 것이 없고 교만해진다. 많은 잠언서에서 이야기 하고 있듯이 교만은 패망의 앞잡이다.

현 정부는 장관 인선의 인사원칙으로 능력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무엇이 능력인가? 도대체 능력의 객관적 기준이 무엇인가?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세워 놓은 후 능력을 논해야 하는 것이다. 능력을 고려해서 선임한 고위공직자들이 검찰, 서울대 출신, 오래된 지인, 가까운 지인, 동문이라는 말인가? 특히 우리지역은 장관, 차관, 대통령실 인사에서 철저하고 완전하게 배제되었다. 차별은 차별을 행한 행위자의 문제가 아니다. 차별당한 사람들의 주관적 느낌이 중요하다. 전정부에서 그동안 당했다고 느낀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신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강조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 원인을 반지성주의 때문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런데 놓친 것이 있다. 자유에는 그만큼의 의무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득권 세력이 자율규제와 사회적 책임, 투명하게 경영을 해 왔는지에 대한 검토와 보완책이 전제되어야 그 자유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여기서 철 지난 신자유주의의 부활이 도래했음을 느낀다. 이런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생각으로 들린다.

계절의 여왕, 오월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슬픈 오월이다. 광주시민은 군사 독재에 맞서 모든 것을 내던져 싸웠다. 신군부로부터 잃은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 말이다. 자유는 잃어 본 사람에게 처절한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차별이 배제되고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약자들의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신체의 자유, 재산권이 공평하게 보장되는 것이다. 있는 자와 권력자가 더 많이 누리는 자유가 아니라 누구나 공평하게 누리는 자유여야 한다. 우리는 그런 자유를 원한다. 차별은 바꿀 수 없는 조건을 능력이라고 우기는 차가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