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일주일간 공수부대가 주둔했고 42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이다. 암매장과 민간인 집단학살이 있었던 광주 동구 지원동 산자락에 위치한 ‘주남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1980년 5월 23일 오전 8시께 도청을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화순행 미니버스가 오전 10시 30분 지원동 채석장 앞 도로에서 광주-화순 간 도로 봉쇄작전을 벌이던 11공수여단 계엄군에게 집중 사격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승객 15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버스에는 홍금숙씨, 채수길씨, 양민석씨 등 3인이 살아있었다.

여단 본부로 옮겨진 부상자 3명 중 채씨와 양씨는 계엄군에 의해 총살당한 뒤 본부 인근에 가매장됐다.

주남마을 뒷산에 암매장된 시체는 마을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주남마을 주민들은 주둔해있는 공수부대들의 총소리와 헬기 소리로 인해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주민 박귀남씨는 “동네 사람들이 항상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고, 군부대에서 밖으로 나오면 쏜다고 하니 두려움에 문을 잠그고 방에만 틀어 박혀있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매년 5월이면 추모 행사를 열어 당시에 희생됐던 분들의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과거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 기억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5·18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이들이 겪었던 아픔을 폄훼하며 두 번 상처를 주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들에 대한 보상 및 치유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학살의 주범은 이미 한 줌의 재가 돼버렸지만, 철저한 진상조사와 이를 통해 밝혀진 진실을 알리는 것이 이들의 응어리진 가슴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