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친중(親中)파도 지중(知中)파도 아닌데 글을 쓰다 보니 중국 사례를 많이 들게 된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중국이 우리나라,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를 유사하게 겪거나 안고 있기 때문에 상호 비교가 용이한 부분이 많다. 물론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공산당의 강력한 정책드라이브가 가능한 반면 한국은 시장원리에 기대는 부분이 많다는 점은 큰 차이다.

중국 매체 시나 파이낸스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 베이징을 떠난 인구가 무려 45만6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그 원인으로 베이징의 비현실적인 부동산 가격을 꼽았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베이징의 부동산 가격은 1㎡당 6만7000위안, 우리 돈으로 1300만원. 면적도 넓은 중국의 땅값이 이렇게 수직상승하다 보니 대도시에 거주할 수 없는 계층이 늘고 있다. 특히 아직 경제적인 기반을 닦지 못한 젊은층의 베이징 퇴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실제 지난 2013~2019년 사이 베이징 대학을 졸업하고 베이징에 정착하는 청년 비율이 72%에서 16%로 급감했다. 칭화대 졸업생의 정착률도 30.7%에서 21.9%로 줄었다고 한다.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6년 동안 서울을 떠난 인구가 무려 341만 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46%가 2030세대였다. 서울 역시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집값이 지목됐다. 서울 집값 상·하위 10% 격차가 47배까지 벌어질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값 문제는 지난 3월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집권 여당이 패배한 원인으로 정권교체론을 드는데, 결국에는 그 중심에 부동산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부동산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과거 노태우 정부가 100만호 공급을 천명한 이래 주택보급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문재인 정부도 그 못지 않게 보급에 전력했다. 덕분에 주택보급률이 100%를 상회하는 도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26번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비롯한 강력한 세금정책을 통해 공급 보다는 분배, 수요 조절을 시도했다. 정권 말기 들어 일정 부분 성과를 내는가 싶었지만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은 다시 공급확대와 세금 완화로 정책을 전환했다. 강공으로는 민심을 잡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했었던 듯 싶다.

대선 결과 분석을 보면 아이러니한 대목이 나온다. 1주택이나 2주택 보유자의 여야 후보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반면 무주택자의 여당 후보 지지율은 52%밖에 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집 사는 것을 포기한 서민들이 문 정부가 부동산 세제 정책으로 분배와 편중 완화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주택공급과 세제 완화라는 선거 캠페인으로 회귀하는 것을 보고는 결국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은 정당 고유의 정책 대안과 비전 제시보다는 여당의 정책실패로 인한 반사이익의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물론 주택정책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새 정부 출범이 코앞이지만 아직도 주택과 관련해서는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심정과 그 입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피폐해진 경제를 회복하고 나아가 민생을 되살리는 것을 최대의 과제로 제시했다. 풀 수 있는 한 최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도 나왔다. 그러나 주택과 관련해서는 섣부르게 정책을 내놨다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4% 후반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코로나 대응을 위해 풀었던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엄습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돈줄을 조이자니 시장이 아우성이다. 코로나 방역 해제와 새 정권 출범을 기해 주택경기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는 서민들에게 찬물을 선사할 수는 없는 형국이다. 심지어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긴 선거다 보니 ‘취임 허니문’을 기대하기도 힘든 것이 요즘의 정치 지형이다.

다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완벽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어리석은 이는 거의 없다.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대신에 ‘부동산은 심리재’라는 기본 명제 위에서 국민을 이해시키고 공감을 얻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쉽고 가능성도 높다. 결국에는 소통만이 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