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우리 가슴을 짓누르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마침내 해방됐다. 정부는 18일부터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시켰다. 그리고 25일부터는 코로나19를 법정 전염병 1급에서 2급으로 강등했다. 코로나19를 결핵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바야흐로 코로나와 동행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조직 사회에 참으로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코로나가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감염자가 급증하자 전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바이러스 공격이 이렇게 큰 사회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일찍이 없었다.

인류는 늘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 잦아지면서 인류를 큰 위협에 빠뜨리고 있다. 사스와 메르스가 그랬으며, 물론 코로나19는 가히 역대급이다.

전문가들은 잦은 바이러스 공격의 이유로 무차별적 환경 파괴로 인해 동물 서식지가 감소한 것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즉,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이 인간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면서 인간과 자주 접촉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자행된 인류의 무모한 개발과 환경 파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환경파괴가 지속되는 한 바이러스 공격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을 뜻하는 ‘그린뉴딜’이 부상했는데,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전환 등 환경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기부양과 고용 촉진을 끌어내자는 논의로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산 후 각국이 이동 제한이나 격리 조치 등을 행하면서 지구의 환경이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실제 대표적인 탄소 배출국인 중국와 인도에서는 미세먼지가 줄어들면서 대기가 회복되고, 수많은 관광객으로 수질오염이 심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는 물고기가 출현할 정도로 맑아지는 현상을 보이면서 이를 가리켜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 대변화를 가져왔는데, 가장 큰 변화는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Untact) 문화를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온라인 구매 급증, 원격교육과 재택근무의 확산, 원격의료의 등장, 화상면접을 통한 기업의 신규 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택트 문화가 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피하고 대부분 집안에서만 생활하면서 실내에서 각종 경제 활동을 즐기는 것을 뜻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 시장이 급부상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나 살림·취미활동, 홈트레닝 등이 집콕 생활을 견뎌내는 하나의 문화로 탄생했는데, SNS 등을 중심으로 확산된 ‘달고나 커피’와 ‘수플레 오믈렛’ 등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비접촉 확산은 공연문화와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고, 이를 빗대 ‘집관(집에서 관람한다는 뜻)’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또 예술공연과 콘서트 등은 공연장이 아닌 온라인 중계로 대체됐다. 온라인 공연은 현장감이 떨어지지만 기존의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없애주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과 아티스트의 빈번한 클로즈업 연출 등의 장점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됨으로써 당장 식당과 카페 등이 크게 붐빌 것으로 예상됐으나 해제 후 1주일 동안 아직까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언택트 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돼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됐다. 하지만 언제든 새로운 바이러스와 마주해야 하는 우리는 마스크를 상비하고 마음 속에 늘 거리 두기를 품고 살아가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시대가 있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코로나와 동행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