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대선’이 끝났다.

0.73%p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득표수로 환산하면 24만7077표로, 1987년 직선제 이후 역대 대선 최소 득표 차 ‘박빙승부’였다.

엎치락뒤치락하던 개표방송에 국민의 절반은 ‘승리의 찬가’를, 절반의 국민은 절망과 탄식이 새벽까지 오버랩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호남의 선택은 분명했다. 대선 기간 ‘선택’을 보류하던 호남은 결국 ‘변함없이’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결과는 아쉬웠다. 상실감은 컸고, 호남은 또다시 ‘고립된 섬’이 됐다.

지역에 사는 많은 지인들이 “요즘 뉴스를 아예 안 본다”고 말할 정도로 멘붕이다.

호남은 한국 정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크다. 호남은 양당정치의 한 축인 민주당의 텃밭이자 뿌리이기 때문이다.

호남은 언제나 시대정신을 염두에 두고 표를 몰아줬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시대적 가치’와 ‘대의’를 선택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고비마다 희생하고 헌신도 뒤따랐다. 그래서 경제적으론 낙후됐고, 사회적으론 ‘외로운 섬’이 되곤 했다.

역사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호남은 1971년 야권의 단일후보였던 김대중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90여만 표 차이로 아깝게 박정희에 패했다. 그때부터 영·호남의 표심은 완전히 갈라졌고, 지역감정도 고착화 됐다.

박정희 독재 정권에 이은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호남은 강력하게 저항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은 피로써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가치를 지켜냈고,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밑거름이 됐다.

‘광주정신’을 이어간 호남의 선택은 마침내 1997년 압도적인 지지로 ‘국민의 정부’인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정권 탄생이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서는 지역주의 타파에 매진해온 영남 출신 ‘바보 노무현’을 선택해 ‘참여정부’로 이어졌다. 10년 정권 동안 호남에 대한 차별은 없었지만 ‘특별한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자만하던 민주당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이명박(2007년)-박근혜(2012년) 보수정권’ 10년간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촛불민심과 호남의 단결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며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기대와 희망이 컸다. 하지만 조국사태와 인사실패, 부동산 실정, 내로남불, 불공정,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의 마음을 잃어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5월이면 정권이 교체된다. ‘촛불민심’으로 출범한 ‘민주당의 잔치’(?)는 5년 만에 막을 내린다. 이는 탄핵으로 쫓겨났던 보수세력이 복귀한다는 얘기다.

‘잘하라’며 대선은 물론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180석’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부여했지만 국민의 뜻을 이어가지 못했고, 민심을 읽지도, 헤아리지 못해 결국 패했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고대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한참 모자랐다. 20년 집권론도 물거품이 됐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반성과 쇄신이 필요할 때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는 언급은 부적절하다. 오만한 변명일 뿐이다.

더욱이 대선 패배 이후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놓고 당 내부가 시끄럽다. 민주당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인가.

개혁과 진보의 상징인 호남은 또 ‘고립’되나.

호남은 그동안 과거 보수정권에서 지역 차별이라는 아픈 기억을 경험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윤석열 후보 당선과 관련,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이라고 비판했다. 섣부른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광주를 찾아 “대통령이 되면 지역 구도와 지역주의를 깨고, 절대로 호남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언행일치를 기대한다.

지역의 ‘관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향후 5년의 지역 성장·발전을 가늠할 수 있어 현안사업이 차기 정부 국정과제에 채택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고 있다. 정치권 등 지역사회도 힘을 보태야 한다. 당장 지방선거에 정권 교체기까지 맞물려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곧이어 지방선거다. 국민의 선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제는 코로나 19로 힘든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민주당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닌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

호남의 선택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민주당은 부단하게 쇄신하고 부족함은 채워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를 도모할 수 있고, ‘호남의 선택’을 이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