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그의 회화에는 육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일상에서 자신이 현재 접하고 있는 아이들의 장난감 등이 그림 소재로 차용돼 화폭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를 만나러 갔다. 그의 작업실은 광주 남구 봉선동 성광교회 3층에 자리하고 있다. 다른 일정이 있어 30여 분 늦게 그의 작업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서양화가 임현채(43)씨.
화가는 광주 사람이 아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모두 전주에서 마쳤다. 전북에서 한때 가장 촉망받는 청년 작가였다. 그러다 그가 광주로 온 계기는 이 지역의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2012년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가 된데다 조선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광주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로 광주 생활 10년을 넘어서게 된 셈이다. 방문해서 알게 된 것이었지만 그의 남편은 하루.K(김형진) 작가다. 음식 산수화로 널리 알려져 있기에,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한쪽에 보이는 음식 산수화를 보고 눈치를 챘지만 광주는 한발만 이동해도 사람 관계가 얽히고 설켰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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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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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간다’ |
그의 작품에는 원래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사람의 실루엣을 통해 드로잉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10호에서부터 50호에 이르기까지 드로잉을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컬러 작업을 시도, 일정 변화를 꾀하고 있는 듯 보였다.
“흑백 사진처럼 처리해 직업을 하면서 다양한 재료로 컬러 드로잉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조금 고민에 빠져 있죠. 색조없는 작업을 줄곧 해왔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는 컬러를 써 보고 있어요. 컬러를 다양하게, 화려하게 쓰지 않았는데 컬러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아마 사물의 조합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는 과정에서 컬러가 선택된 것으로 읽혔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같은 물건들에 주목한다. 그만큼 그의 화폭에는 자신의 삶 가장 가까이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인 셈이다. 자신의 주변에 놓인 물건들이 블랙이나 모노톤이 아니라는 점 또한 컬러에 부쩍 관심을 가진 이면인 듯 싶었다. 장난감이 가지는 발랄한 색감이 있어 그것을 유쾌한 방식으로 살려 균형을 잡아내면서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화두는 균형이다. 실제로 물건을 쌓아보고 균형이 맞는가를 본다. 3초 정도 세워져 있다가 무너지는 게 다반사이지만 그는 그 짧은 사이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 화면에 옮긴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사이, 문득 창작 인생의 미래에 대해 예측이 되지 않아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른다는 발언도 잊지 않는다.
“제 상황이 달라지고, 사유가 달라지고 하니까 미래는 아직 모르겠어요. 제 생활에서 느끼는 것들을 사물을 통해 주로 이야기들을 해 나가겠죠.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커도 사물은 계속 등장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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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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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발을 선사합니다’ |
그리고 근래 미술계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없어 투자처로 미술 쪽을 찾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그러던 중 그의 향후 작업이 궁금해 물었다. 그랬더니 평면을 계속 하고 있는데 초창기에는 설치 작업도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평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지속해온 것처럼 그의 입체적 평면은 꾸준하게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미술의 의미를 설명해 나갔다. 미술은 자신을 있게 해준 존재라는 것이다. 결혼 전후의 미술의 의미를 나눠 들려줬다.
“결혼 전에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미술이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결혼 후에는 자신을 지켜주는 게 돼 버렸어요. 이게 사라진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죠. 돈이 꼭 되지 않아도 이게 저를 지켜주니까 제가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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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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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게’ |
“영화보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용을 보지만 화면 연출을 놓치지 않고 보게 되죠.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꼭 보려 합니다. 잔잔한 영화를 주로 보는 편이에요. 감성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는 영화를 통해 감정의 기복을 다스리는 것으로 이해됐다. 이를테면 감정이 메말라 있을 경우 영화로 채워넣고, 반대로 과잉이 되면 이를 조절하고 다잡는 기능이 영화 감상인 듯 싶다.
아울러 그는 40대 화가로 지금의 이 시기를 잘 보내야 중년의 시기로 잘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지금의 시기를 가볍게 보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그는 이 시기를 알차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런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기획전 두개 정도를 빼면 특별한 스케줄은 없어요. 지난해 개인전 가지면서 여러 화가들로부터 조언을 듣는 기회를 가졌었죠. 아이들이 어리니까 아이들을 돌보며 작업을 해 나갈 겁니다. 저는 제 작품이 절박함에서 나온다고 보죠. 물론 보는 것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요. 그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 걸려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겠다는 것이죠. 개인전을 갈구하기 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많이 하며 작업을 진행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