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사고와 관련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지역 정치권이 일제히 “책임회피”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붕괴 사고 1주일째인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몽규 회장의 사퇴가 능사 아니고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다. 사고 수습 전면에 나서 책임있는 조치를 확실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실종자 구조에 모든 인적 물적 자원 총동원과 피해 가족과 상인, 주민들에게 충분히 보상할 것 등을 요구하는 한편 사고 아파트를 비롯해 건설 중인 모든 아파트에 대한 엄정한 안전진단을 통해 입주예정자는 물론 국민과 전문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강구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사고 현장도 아닌 서울본사에서 사퇴 발표를 하는 것은 실망을 넘어 분노와 울분만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시장은 붕괴 사고 이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공사 중지에 이어 전면 재시공 검토, 광주시 발주사업 배제 등 여러 초강수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책임 회피성 사퇴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 회장을 강력 규탄한다”며 “실종자 수색과 사고 현장 수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실행해 엄중한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예산결산위원회)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회장이 지금 이 시점에 사퇴한다는 것은 사고의 책임으로부터 도망가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현 상황에서 빠지고 모든 것을 부하 직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정 회장의 사퇴는 당연한 것이다.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퇴는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고를 수습한 뒤에 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에서는 지난 11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201동 39층 옥상 타설작업 중 23~38층 바닥슬래브와 외벽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자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 상태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한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중인 5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인근 버스정류소에 정차한 버스를 덮쳐 버스기사와 승객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