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주상복합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 이번 사고도 ‘예견된 인재’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 속에 콘크리트의 충분한 양생 기간 없이 타설이 이뤄진 작업일지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16일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공개한 화정아이파크 201동 콘크리트 타설 일지를 보면 지난해 11월 23일 35층 바닥면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10일 뒤엔 다음 층인 36층(12월 3일) 바닥에 대한 타설이 이뤄졌다.

이후 37층, 38층 바닥은 각각 7일(12월 10일)과 6일(12월 16일)만에 타설됐고, 38층 천장(PIT층 바닥)도 8일(12월 24일) 만에 타설됐다.

이로부터 일주일(12월 24일) 뒤엔 PIT층(설비 등 배관이 지나는 층) 벽체가 타설됐고, 11일 뒤 39층 바닥을 타설하던 중 붕괴사고가 벌어졌다.

즉, 35층부터 PIT층까지 5개 층이 각각 6~10일 만에 타설된 것이다.

사고 발생 직후 일각에선 사고 원인으로 ‘콘크리트 양생 기간이 부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12~18일 동안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신빙성을 잃고 있다.

통상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시간을 충분히 두고 열풍 작업 등을 통해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추운 날씨 속 양생이 불량해 지면서 하층부가 갱폼(철재 거푸집)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붕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실제, 38층 천장이 타설된 바로 다음날인 25일의 경우 북쪽에서 찬공기가 남하하면서 광주의 최저기온이 영항 5도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1월 들어서도 지역 최저기온은 최대 영항 4~5도까지 떨어졌다.

붕괴사고가 벌어진 당일(1월 11일)에도 최저기온은 영하 3.5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3도에 불과했지만 콘크리트 타설공사는 계속됐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2주가량 양생을 거쳐야 한다”며 “일주일여마다 1개 층씩 올렸다는 것은 결국 양생이 불량하게 진행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