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신생팀다운 패기와 열정을 앞세워 ‘절대 1강’ 현대건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주포 엘리자벳이 빠진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모습은 1000여명의 광주 홈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AI페퍼스는 지난 14일 오후 7시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2021-2022 V리그 여자부 시즌 22번째 경기(4라운드 네 번째)에서 세트스코어 0-3(15-25, 20-25, 17-25)으로 패했다.

이로써 AI페퍼스는 지난해 11월 9일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승리한 후 17경기째 패배를 안으면서 1승 22패와 함께 17연패에 빠졌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AI페퍼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경기 시작 30분 전 갑자기 엘리자벳이 어깨·팔꿈치 통증을 호소, 전력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이에 김형실 감독은 부상 등으로 한 차례도 선발 출장하지 못했던 레프트 지민경을 라이트로 투입, 토종 선수(최가은-이한비-이현-박경현-문슬기)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경기는 예상대로 상대가 주도권을 쥐고 맹공을 퍼붓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AI페퍼스 선수들은 실전에서 처음 맞춰보는 라인업에 낯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대 에이스 야스민과 고예림의 강력한 공격이 터지면서 점수는 4-12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반 박자 빠른 속공까지 더해지자 AI페퍼스는 매우 흔들렸다. 또 마음먹고 때린 박경현, 지민경의 오픈 공격이 190cm 장신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야스민의 높은 벽에 막히면서 좀처럼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에 김형실 감독은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으나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고 무기력하게 1세트를 내줬다.

상대의 거센 공격과 주포 엘리자벳의 이탈로 기가 죽을 법도 했지만 AI페퍼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에이스다’라는 마음으로 선수들끼리 똘똘 뭉쳤다.

2세트 시작과 동시에 지민경이 강력한 오픈 공격으로 선취점을 얻어내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여기에 미들블로커 하혜진과 세터 이현의 찰떡 호흡이 만든 속공으로 상대 수비진을 허물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공격이 연이어 나오자 상대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1세트에서는 없었던 범실까지 나왔다.

AI페퍼스는 여세를 몰아 상대를 더 집요하게 괴롭혔고 하혜진의 블로킹 득점까지 더해지면서 12-13을 만들었다. 전위가 살아나자 후위도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한비가 3연속 득점을 얻어내며 19-20 접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20-22 상황에서 나온 최가은의 서브 범실, 이현의 세트 범실 등이 나오면서 아쉽게 2세트를 마무리했다.

3세트도 AI페퍼스는 고전분투하면서 상대와 접전을 만들었다.

9-9까지 상대가 달아나면 AI페퍼스가 따라붙는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팽팽했던 경기의 추는 서서히 현대건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AI페퍼스는 13-14 상황에서 현대건설에 내리 3득점을 허용했다. 이후 1점을 뽑아내 추격의 고삐를 쥐는가 했지만 곧바로 2점을 내주며 자멸했다.

이날 하혜진은 9득점(공격 성공률 57.14%)을 기록하며 순도 높은 활약을 했다. 이한비는 12득점(36.36%), 박경현은 8득점(30.77%)을 기록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지민경은 5득점(22.73%)했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은 “엘리자벳 부상 등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우리)선수들이 강팀 상대로 기죽지 않고 선전했다”며 “세트 승을 따지는 못했으나 열심히 해줬고 범실(14개·상대 17개)도 줄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다만 접전이 되고 역전할 기회에서 범실이 나온 점은 아쉽다”면서 “강약 조절로 리듬을 타고 고비를 극복하는 것을 연습해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AI페퍼스는 오는 18일 오후 7시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홈 경기 첫 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