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IPARK)’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1986년 광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뒤 20여개 단지를 건립할 정도로 고급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었다. 현재 화정아이파크와 계림동 아이파크 SK뷰, 운암주공 3단지, 무등산 아이파크 2차 등 5개 단지를 공사 중이거나 공사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화정아이파크는 2019년 분양당시 1순위 청약에서는 43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2만9261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67.58대 1’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2단지 전용면적 84㎡D타입의 경우에는 ‘108.0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반대 상황이 돼버렸다.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해당 건설 현장 201동 23~38층 외벽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공정 작업자 1명이 부상당하고, 6명은 실종됐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안팎 잔해물 낙하와 타워크레인 전도 위험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인근 주상복합건물 2곳 274가구 주민들과 인근 상가 90여 가구 상인들은 긴급 대피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사고 당일은 국회에서 ‘학동 참사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된 날이기도 하다. 학동 참사와 같은 비극을 막고자 마련됐지만 또 다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법안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앞서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의 원청 시공사였다. 당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고는 시공 전 하도급업체 건물 철거과정에서 발생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학동 참사 당시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고는 사과와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선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 하청업체에만 책임을 미뤄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건설업계 원청의 책임을 어떻게 강화할지, 재하청 관행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