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배구인 B씨가 제작한 플래카드

2021~2022 여자프로배구의 전력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중국리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33)를 ‘여자 프로배구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AI페퍼스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김연경의 부모님 고향이 전남 구례로 광주를 연고로 하는 AI페퍼스 배구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역 배구계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이같은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

11일 광주시배구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AI페퍼스는 얇은 선수층과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줄 리더 부재 등의 약점을 노출하며 16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지난해 11월 9일 창단 첫승을 한 후 2~4라운드에서 전패를 했다. 이 기간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경기가 허다하다. 16연패는 V리그 여자부 단일시즌 역대 3위의 불명예 기록이다.

특히 경기를 하면 할수록 각 구단 후보 선수와 고교 졸업 예정자 위주의 선수 구성 등의 약점이 더욱 극대화되면서 다른 팀과의 경기력 차이가 확연히 벌어지고 있어 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20연패)가 기록한 역대 최다 연패를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 또 V리그 여자부 최다패와 최소승, 최소승점이라는 불명예를 작성할 수도 있다.

문제는 AI페퍼스의 부진이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불굴의 집중력으로 4위를 기록하며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여자 프로배구의 흥행을 저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패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11월 평균 1990명이던 광주 홈팬 관중 수는 12월 평균 1647명으로 떨어졌다가 올해 첫 경기인 지난 5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1031명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지역 배구계와 지역사회에서는 ‘전력 안배를 통한 여자 프로 배구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흥국생명 소속인 김연경 선수를 AI페퍼스로 이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난 김 선수의 아버지 김동길씨(구례군 토지면)와 어머니 이금옥씨(구례군 간전면)의 고향이 구례군인 데다 설·추석 명절과 방학 기간에는 할머니 김우엽씨가 있는 본가에 내려와 수일간 머물며 친척 및 마을 주민들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는 점까지 들어 AI페퍼스로의 영입을 위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광주·전남 배구인들은 오는 14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체육관)에서 열리는 경기부터 김연경의 영입을 희망하는 문구(연경아 할머니가 기다리신다 등)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강한 열망을 내비칠 예정이다.

이는 조원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 신무철 한국배구연맹 사무총장 등 주요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13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렸던 현대건설전, 16일 IBK기업은행전에 이어 세 번째 움직임이다.

서인석 구례군배구협회장은 “한국 배구의 간판이자 국제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해 온 김연경의 영입은 무조건 찬성”이라면서 “김연경이 AI페퍼스에 입단하는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광주배구인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나갈 예정”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전갑수 광주시배구협회장도 “김연경을 열망하는 광주·전남 배구인들의 진심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V리그의 흥행과 막내구단의 미래를 위해 한국배구연맹과 흥국생명의 대승적인 결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연경은 10일 중국 상하이발 중국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돌아왔다. 그는 열흘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뒤 향후 거취를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