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거나’ 티저 영상 스틸 컷.

“코로나19 여파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정이어서 관객들과 초접근하기 어렵다 보니 더 소통을 위해 스토리가 있는 티저 영상을 찍게 됐죠.”

지역에서 공연 전 연습하는 모습이나 포스터 촬영 모습 등을 먼저 공개하는 것은 흔히 있어 왔지만, 스토리가 있는 티저 영상을 촬영해 선보인 것은 드문 일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런 가운데 극단 씬스센스가 연극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거나’의 공연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인스타그램@scene_sense)를 통해 공개한 티저 영상을 최근 공개하면서 밝힌 소감이다.

티저 영상에는 바닷가에서 한 사람이 잔뜩 열이 오른 모습으로 삽 하나를 들고 무작정 축축한 땅을 파는 가운데, 한 곳만 파던 그가 점차 이곳 저곳 가리지 않고 땅을 파기 시작하는 모습부터 보인다. 끝내 제 풀에 지쳐 결국 삽을 패대기치지만, 공허한 그의 표정과 멍한 눈빛이 화면을 채운다. 그와 반대로 또 한 사람은 평화로운 얼굴이다. 모래사장에 떠밀려온 플라스틱과 유리 병 등을 줍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바구니 한 가득 채워진 빈 병들을 한 데 내려놓는다. 그가 유유히 사라진 뒤에는 그렇게 그가 모은 병들이 클로즈업된다. 이처럼 영상으로 연극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거나’의 스토리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티저 영상 제작은 지원사업이 아닌, 극단 자체 기획작으로, 전북 고창의 한 해수욕장을 찾아 티저를 촬영했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보니 활용할 수 있는 홍보플랫폼이 부족해, 짧지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SNS 홍보를 선택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첫 정기공연으로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을 선보인 극단 씬스센스의 두 번째 정기공연인 이번 무대는 사람들이 살던 섬이었으나, 큰 태풍으로 모두 떠난 후 육지의 쓰레기를 갖다버리는 쓰레기섬인 ‘한울섬’이 배경이다.

연극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거나’ 티저 영상 스틸 컷.

극단 씬스센스가 연극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거나’ 티저 영상 스틸 컷.

민관합동 테마파크 개발을 위해 매립한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 중 섬에 숨어 제각각 자기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흔적없이 사라지거나 죽게 되며 긴장감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티저영상에서 땅을 파던 인물은 너울, 쓰레기를 줍던 사람은 윤슬이다.

너울은 한울섬에 육지 쓰레기 운반을 담당하는 과의 하청업체 직원으로, 썸을 싹 밀고 테마파크를 만든다 하니, 하울섬의 쓰레기를 다시 육지의 쓰레기매립지로 옮겨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담당 공무원과 하청업체에 돈을 쥐어 줘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일거리가 없어질 상황에 놓였다. 또 일을 얻으려면 뇌물을 먹여야 하는데, 모아둔 돈은 없고 도박 빚까지 있다. 그러던 중 쓰레기를 치우다 뇌물 장부가 든 상자까지 버리면서 한울섬에서 이를 찾고 있던 것이다.

윤슬은 회사에서 성희롱을 당해 신고한 뒤로 왕따를 당하자 스스로 여러 번 생을 등지는 시도를 하는 인물이다. 하루는 술에 취해 건물에서 뛰어내리며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한울섬이었다는 설정이다. 쓰레기와 함께 옮겨진 것이다. 쓰레기 더미에 살면서 고철과 병 등을 모아 가끔 육지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이번 작품은 극단 씬스센스를 이끌고 있는 이정진 대표의 첫 연출작이며, 극본은 지난해 ‘스토리를 팝니다’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권지애씨가 썼다.

무대에서는 폭넓은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 정경아가 해미 역으로 분하고, 너울 역은 김정규, 윤슬 역은 김한빈, 결 역은 신은수, 아라 역은 조소연씨 등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음악감독은 Bay, 작·편곡은 임주신, 신태주 감독, 음향은 임준희, 안무감독은 김현재(조선대 공연예술무용과 초빙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권지애씨는 “일상을 사느라 잃어버린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잃은 것을 찾기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를 잊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며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다가 나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본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정진 대표는 “탄탄한 스토리와 극을 풍성하게 만든 음악 및 움직임 등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라면서 “극단 자체기획 작품으로 레퍼토리화 및 연극제 등을 목표로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했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극단 씬스센스는 공연을 선보인 뒤 수정, 보완해 타 지역 연극제 출품 등을 계획 중이다.

공연 예매는 네이버 예약 사이트(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636159/items/4249603)에서 하면 된다.

입장료는 성인 3만원이며 2장 구매 시에는 4만8000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청소년은 1만8000원이다. 이외에도 예술인패스를 제시할 경우 동반인까지, 광주에서 뭐하지 이벤트 등을 통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공연은 오는 15일 오후 3시와 오후 7시, 16일 오후 4시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