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 출생 취정 임춘식 서예가(취정서예연구원장)의 고희 기념전이 지난달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 이어 오는 16일까지 갤러리 관선재에서 열린다. 지난 3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제7회 개인전으로, 원래 지난해 1월이 칠순이어서 그 즈음 전시를 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 여파가 심각해지면서 전시계획을 접었다가 얼마 전 정부의 코로나 정책이 다소 완화돼 열리게 된 것이다.

취정은 학창 시절 서예 과목이 있어 서예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데다 집안 이모부가 표구사를 했기 때문에 서예가와 화가들 접촉이 많았다. 그러면서 자신도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보면서 서예에 빠져들 수 있었다. 주변에 글씨를 쓰는 사람들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서예에 입문한 이후 줄곧 서예에 매진해왔다.

취정 임춘식 서예가가 오는 16일까지 갤러리 관선재에서 고희 기념전을 열고 있다. 사진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취정 임춘식

취정은 이번 전시에 110점을 출품했다. 신축년 때 완성한 작품 100점과 기타 10점을 더했다. 전예행초서 등 전 서체를 구사해온 취정은 회화성 있는 글씨를 추구해왔다. 한문 자체가 상형문자여서 단순하게 글씨를 쓴다는 것 보다는 여기에 미적 감각을 가미해 구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가 구사한 서체에는 마원이 말했던 ‘평생 동안 선을 행하여도 선은 오히려 부족하고/단 하루 악을 행하여도 악은 남음이 있다’(명심보감 ‘행선’)거나 ‘당신은 상현달 같고/떠오르는 태양 같으며/남산처럼 영원하며/이지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고/소나무 잣나무처럼 무성하여/당신의 뒤 끊어질 리 없어라’(시경소아편 ‘송백지무’), ‘샘물을 움켜다 벼루에 붓고서/한가히 앉아 새로운 시를 쓰네/깊숙히 사는 이 멋 스스로 즐거우니/남이야 알건 말건 무엇을 관계하랴’(퇴계 선생 시 ‘자적’) 등 교훈적 내용들이 넘쳐난다.

‘자적’

‘행선’

또 ‘군자의 도는 비유해서 말하자면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올라가는 것과 같다’(중용구 ‘등고’)를 인용해 진정한 행복의 가치와 진리의 깨침을 일깨우는 문구들을 접할 수 있다. 취정은 교훈적 내용 많은 이유를 묻자 “인생은 배우며 가는 것이고, 선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이 모두 바라는 바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임 서예가는 “하고 싶은 것은 한 5년 후가 지나서 제가 진짜 남기고 싶은 게 ‘회화 하는 일부 사람들이 서예도 예술이냐’ 하는데 이들에게 서예가 진짜 예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예의 감각을 가지고 묵묵히 이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코로나로 사람들이 모두 힘든 것처럼 글 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더라도 각자 자기 소질을 살려 멋진 작품을 남긴다는 각오로 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산중문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