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U(유럽연합)는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는 자동차 이외에는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소위 ‘EU 분류체계’(EU Taxonomy)규제도 밝혔다. EU는 2035년 자동차생산에서 전기차의 비중을 100%로 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미국도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50%를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2021년 7월 EU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55%까지 감축한다는 소위 ‘Fit for 55’를 채택했는데,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후인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EU로 수출하는 길이 사실상 완전히 봉쇄되는 것이며, 13년 후 EU는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하는 내연기관차를 아예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우리나라의 전기차 수출은 절반이 EU를 향하며, 30%가 미국과 영국으로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EU와 미국의 ZEV(zero emission vehicles·무공해차량) 동향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연기관차의 퇴출이 빨라지면서 배터리전기차(BEV)와 수소연료전기차(FCEV)를 일컫는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승용차 판매에서 배터리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7%로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가장 높은 노르웨이가 31.8% 정도이며, 독일 1.6%, 미국 1.4%, 한국 2.2%에 불과하다.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잠재 수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전기차 수출이 2017년 83억달러에서 2020년 336억달러로 거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전기차의 RCA(현시비교우위지수)로 측정한 경쟁력이 3.9로 대단히 높고, 세계시장점유율이 독일(24.9%), 미국(18.2%)에 이어 11.6%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저력과 경쟁력 우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과 달리 광주의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광주의 전기차 수출실적은 울산, 경기에 이어 3위이지만 경기의 1/5, 울산의 1/6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하다. 내연기관차를 포함하는 자동차 수출이 경기의 1/2, 울산의 1/3인 것을 고려하면 광주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서 더 뒤처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자동차와 전기차 수출의 입지계수가 울산은 4.0, 4.4, 경기는 1.0, 1.9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비해 광주는 5.3과 3.0으로 차이가 크다.

울산과 경기는 지역 내에서 두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데 비해, 광주는 지역 내에서 내연기관차의 성장이 전기차의 성장보다 높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전기차의 생산과 고용에서 광주가 경쟁지역에 밀린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또한 2020년 광주의 자동차 수출 입지계수(5.3)가 울산(4.0), 경기(1.0)보다 높다는 것은 광주가 울산과 경기보다 자동차 수출에 더 특화돼 있다는 것이며, 입지계수가 5.3으로 대단히 높아 광주 경제에서 특화산업을 넘어 핵심산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내연기관차의 쇠퇴가 가져올 충격이 울산이나 경기보다 광주에 훨씬 크게 가해질 수 있다는 것과 운송부문의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따르는 혜택을 경쟁지역보다 훨씬 작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이 자동차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EU 내 국가들도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업자 양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승자독식이나 제로섬에 가까운 경쟁시장에서 언더독(underdog)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여유롭게 준비할 때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일반자동차 만큼의 입지계수 확보를 위한 전기차 생산시설이 필요하다. 전기차생산에 필요한 부지와 생산설비, 인력, 그리고 밧데리관련 인프라를 활용, 광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기차는 밧데리 의존율이 높아 지역 강점인 밧데리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충분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이 국가적인 정책공약을 제시하며 표를 호소하고 있다. 블루칩이며 화수분이자 매직 불릿(magic bullet)인 전기차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광주의 책임있는 의사결정자들이 이방원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의 ‘하여가’가 아니라 정몽주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단심가’를 새겨야 한다고 하면 주제넘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