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요즘 지역에서는 ‘모 광역단체장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재선하기 어렵겠다’는 얘기가 들린다. 처음에는 일부 지역에서 간혹 어쩌다 한 번 들렸던 이 말이 이젠 곳곳에서 간간이 들릴 정도로 어느정도 확산된 모양새를 띠고 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임기동안 한 것이 없고 변한게 없다’는 것이다. 또 이를 어찌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라는 ‘카더라통신’을 들먹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그가 단체장을 맡고 있는 곳은 떠나는 도시에서 찾아오는 도시로, 경제 1번지로 대변신을 도모해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매월 출생아 수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그 단체장으로서는 서운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카더라통신’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마타도어’란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Matador(마따도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주로 정치권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로서,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를 중상모략하여 내부를 교란시키는 흑색선전을 뜻하는 말이다. 경우에 따라 선거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에 관한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하여 병역 면탈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권자들을 호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선거 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고 최초 유포자는 대법원에서 실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가짜뉴스가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다.

2014년 민선6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운태 광주시장이 처가를 위해 남구청사를 이전했다는 ‘남구청사 유언비어’가 시중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강 시장은 광주시 간부들과 공사·공단 임원들에게 ‘남구청사 이전’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유언비어에 적극 대처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실제로 남구청사 건물은 지난 1999년 화니백화점 부도 후 무려 6차례에 걸쳐 소유주가 바뀌었다. 부도 이후 첫 번째 소유권이 한국투자신탁으로 넘어갔던 1999년 11월부터 이 건물은 옛 화니백화점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강 시장의 재선 전략에 큰 타격을 주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지금까지도 남구청사 이전 관련 이 가짜뉴스를 진실인 것처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가짜뉴스’를 접할 때마다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으로 악명이 높았던 ‘요제프 괴벨스’가 한 “사람들은 한 번 말한 거짓말은 부정하지만 두 번 말하면 의심하게 되고 세 번 말하면 이내 그것을 믿게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요즘과 같은 선거시즌에 이러한 가짜뉴스들이 계속해서 쏟아지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막아 이성적인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접전을 펼치고 있는 대선은 확인되지 않는 ‘카더라’통신이 후보들간의 당락을 바꿀 수 있는 메가톤급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대선정국에 파묻혀 존재감을 잃어버린 6.1지방선거에 대한 가짜 뉴스는 그 피해가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카더라 통신’이 지역 곳곳에 스며들어 선거가 닥치면 지역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이를 해명하기 급급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해명한다 해도 주민들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과 광주·전남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

선거를 종종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훌륭한 전쟁 수단은 속임수다.

전쟁은 공동체 안위를 위해 어떤 수단도 용납되지만, 선거에서 속임수는 표심을 왜곡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불신과 위화감을 심화시키므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양대 선거에서는 속임수가 난무하는 ‘흑색선전’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