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좀체 시집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로 드러난다. 보통 시집은 단 한사람이 저자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인은 수록작 중 제5부에 4편의 아내 글을 실었다. 시인에게 아내는 반려자이지만 시를 맨 처음 써보라고 권한 장본인. 정작 시를 써 보라기에 정식으로, 그것도 고령의 나이에 시를 쓰게 되자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났다.
시인은 “내 아내 윤영자는 나보다 먼저 시인이었다. 칠순이 넘은 내게 시를 공부하라 해놓고는 정작 본인은 2017년 7월 18일 아주 먼 여행을 갔다”면서 “특별히 시라고 이름 지어 남기지는 않았으나, 일기장과 편지글의 일부를 뽑아 여기에 옮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시집에는 아내를 위한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 드러난다. 제2부에는 그리운 아내에 대한 시편들이 넘쳐난다.
아내가 떠나고 어느 날 시인은 분홍색 보자기 속 신문지에 곱게 말아져 있는 삼베 천을 발견하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쓴 시 ‘부칠 수 없는 편지2’에서 “그 이름을 한번 불러봅니다/함께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요//까슬까슬한 이 천으로 옷을 지어입고/산책하듯 갈 것인데/당신의 솜씨를 자랑하며/폼낼 것인데”라고 노래한다. ‘한번’이나 ‘함께’에서 그가 얼마만큼 아내를 그리워하는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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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칠 수 없는 편지’ |
이외에 ‘타고난 이야기꾼’의 재능도 엿보인다. 술 취해 화로에 ‘쉬’를 한 당숙의 이야기 ‘화로에 총총 별이 뜬 날이 있었다’, 사랑방에서 손에 신발 하나를 들고서 자신의 신발이 없다고 찾는 ‘신발을 손이 신고’ 등은 독자의 실소를 자아낸다.
이번 시집에는 총 5부로 구성, 분주한 일상 속 틈틈이 창작해온 시 72편이 수록됐다.
이대흠 시인은 시 해설을 통해 “서정복 시인은 달랐다. 그는 시에 목말라했고, 해오라는 숙제도 빼먹지 않았다. 핵심은 그의 노력이다. 80이라는 나이는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에는 퍽이나 어렵다는 나이가 아닌가. 그런데도 그는 나의 지적을 달게 받아들이며, 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해 매진했다”고 평했다.
서정복 시인은 전남 해남 출생으로 ‘시조시학’ 신인상 등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전남문협 이사와 고산문학축전운영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문협 회원과 광주·전남시조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