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로 평생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배은심 여사가 지난 9일 향년 82세를 일기를 세상을 떠났다. 배 여사의 타계 소식에 광주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비통해하며 추모와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영부인과 함께 참배한 데 이어 정치권과 사회단체 인사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어제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 태삼씨가 빈소를 찾아 애도했으며, 영화 1987로 인연을 맺은 장준환 감독도 빈소를 찾았다. 앞서 전날 오후에는 이 영화에서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씨가 빈소를 찾기도 했다.

이한열 열사의 모교 후배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광주 진흥고등학교 2학년이자 ‘이한열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은 담임교사와 함께 방문, 고인을 추모했다.

종교계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어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와 함께 송선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도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에서 아들 이한열이 산화한 뒤 ‘이 땅에 다시는 아들처럼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그는 민주화 시위와 집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치 않아 ‘6월의 어머니’로 불렸다.

1991년 대학생 분신 정국을 비롯해 2009년 용산참사, 2014년 세월호참사, 2016년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집회 등 억울한 죽음이나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는 사람이 있는 곳에는 늘 배 여사가 함께 했다.

배 여사는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6월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고 이소선 여사 등과 함께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11일 오전 발인 후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노제가 진행된다. 이후 아들인 이한열 열사가 잠든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 인근인 망월묘역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