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전용호씨는 최근 펴낸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희곡·악보집’(문학들 刊)에 대해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현대사는 5·18이라는 전설 같은 기억을 지니고 있다. 그 기억 속에는 들불야학과 야학 노동자 학생, 대학생 교사, 투사회보, 최후항쟁 등 수많은 사건이 들어있고, 거기에는 가슴 벅찬 감동과 슬픔, 안타까움, 사랑 등 따뜻한 사연이 묻어있다”며 “이 책에 담겨 있는 노래들은 그 많은 사연 중 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은 박기순·윤상원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소설을 써온 그의 첫 희곡 작품이다.
그는 “소설만 쓰다 희곡은 처음 써보는데 뮤지컬 ‘화려한 휴가’를 제작한 경험이 희곡을 쓰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희곡·악보집 1부에는 첫째마당 들불야학 동창회, 둘째마당 최후 항쟁, 셋째마당 영혼결혼식으로 구성된 희곡이, 2부에는 동창회 가는 날과 즐거운 야학, 미칠 것 같은 이 세상, 광주출전가, 결전의 날, 젊은 넋의 노래, 슬퍼하지 말아라, 오늘은 사랑이 넘치는 날, 님을 위한 행진곡 등 악보 17곡이 각각 수록됐다.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이 맨 처음 제작된 것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4월 광주 운암동 황석영 작가의 집 2층 거실에서 노래굿 형태로 빛의 결혼식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가사를 쓰고 노래 부를 사람들을 모았고, 황 작가는 고 백기완(1932∼2021), 고 문병란(1935∼2015), 김준태 시인의 시를 가사와 사설로 대본을 구성했다. 작곡은 김종률씨가 했다.
여기다 기독청년운동 활동가 김은경, 대학생 가수 오정묵, 음악교사 임영희, 전남대 탈춤반 회원이자 음악교육과 학생 김옥기, 극단 광대 출신으로 놀이패 신명을 준비 중이던 윤만식, 극단 광대 출신 김선출씨가 참여했다. 민주청년전국대학생연맹 활동을 하던 이훈우씨가 구해온 녹음기로 자정이 넘어 녹음을 마쳤다.
이때 만든 작품이 28분 가량의 ‘노래굿 빛의 결혼식’이다. 이는 광주의 문화운동가들에 의해 전국에 배포됐다.
그 뒤 민중가요를 연구한 정유하 박사와 인연을 맺은 그는 ‘노래굿 빛의 결혼식’을 바탕으로 대본과 노래를 추가해 55분 가량으로 분량을 늘렸다. 내용을 추가한 작품은 2017년 11월 정 박사가 이끈 푸른솔합창단 정기공연으로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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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솔합창단이 선보인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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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포스터들. |
이번에 내놓은 희곡·악보집은 2017년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을 바탕으로 공연시간을 80분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특히 정유하 박사가 작곡한 3곡이 추가로 수록됐다.
들불야학 학생들의 활동을 담은 ‘즐거운 야학’, 투사회보를 만들 당시를 묘사한 ‘투사회보를 만들자’는 이번에 전용호씨가 작사했고, 고교생의 귀가를 설득한 ‘역사의 증인이 되라하네’는 이승호씨가 작사했다.
그는 이같은 이야기를 통해 광주의 오월을 떠올리면, 광주시민들이 투쟁해 이뤄낸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에 대해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여러 이야기가 발굴돼야 다양한 콘텐츠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좀 더 실감나게 당시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향후 이 작품이 시민 배우들에 의해 상설 공연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현재 그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서울과 광주를 오가고 있다. 그러면서 오는 4월 창립 100주년을 앞둔 YWCA의 100년사를 정리 중이다. 한 두달 내로 이를 마친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소설쓰기에 돌입할 계획이다.
앞으로 쓸 소설은 1973년부터 1980년 5·18 이전까지 광주·전남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조선대 학생운동과 김남주 시인 이야기 등을 발굴해 다룰 예정으로, 그의 경험담인 1979년 10월 17일 전남대 상담지도관실 방화사건도 수록된다. 당시 끌려가 고문받은 60여 명의 학생들 중 그가 포함됐었다.
그는 “1980년은 광주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수부대를 파견하고, 각 대학교를 점령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유독 광주에서만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것은 그 이전부터 민주화 에너지가 축적돼왔기 때문”이라고 이같은 책을 쓰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5·18이 광주에서 왜 이뤄졌는지에 대해,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족적을 따라 광주가 가진 민중적 잠재력을 탐색해 본다는 취지다.
한편, 전용호 작가는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78년 전남대 재학 당시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했으며, 1980년 5월에는 들불야학 학생들과 투사회부를 제작·배포하다 투옥됐다. 그동안 광주민중문화연구회 등 지역문화운동을 펼쳐왔으며, 2017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록서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창비 刊)를 황석영, 이재의 작가와 공동 집필해 만해특별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 ‘오리발 참전기’와 창작동화 ‘천개의 소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