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남도지사 선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에 앞선 대통령선거에 지역민들의 이목이 쏠려있는 데다 현역인 김영록 도지사의 지지세가 높아 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지형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후보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국민의힘과 진보당 후보들만 지역민과 접촉을 넓혀가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대선이 여야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아 치열한 선거전이 이어지면서 도지사 선거 상황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선후보를 적극 돕고 있는 전남 인사 중 유력 후보로 분류됐던 장만채 전 전남도교육감이 순천시장 출마 쪽으로 기울면서 기존 후보군 중 ‘친이재명 인사’로 분류되는 주철현 의원(여수갑)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유권자가 집중돼 있는 전남 동부권의 후보군이라는 점이 부각 되고 있다.

하지만 주 의원도 현재는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며, 도지사 출마 여부는 대선 이후에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기존 후보군 중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 역시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다만 주변에서 도지사 출마 권유가 늘고 있어, 중도에 뜻을 접었던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출마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내에서 또 다른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서삼석(영암·무안·신안)·신정훈(나주·화순)·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 출마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들 모두 ‘선당후사’ 입장을 고수하며 3월 대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뿐 선뜻 도지사 출마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서 의원 측의 경우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오르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당내 경쟁 상대들의 이 같은 정치적 상황과 달리 현역 단체장 신분인 김영록 지사는 다소 느긋한 상황이다.

김 지사는 민선 7기 재임 기간 동안 도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서 매달 실시하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평가에서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이례적일 만큼 단체장 중 직무수행평가 1위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또 민선 7기 전남도정에서도 대형 프로젝트들을 추진해 결실을 맺기도 했다. ‘블루 이코노미’ 비전을 제시했고, 8.2GW급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통한 ‘전남형일자리’ 창출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눈앞에 와 있다.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시대, 신해양·친환경 수도’라는 남해안권 5개 시·도의 초광역 메가시티 구상을 제시하는 등 민선 8기를 준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내년 도지사선거의 최대변수는 대선이다. 대선 향방에 따라 새로운 기류가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지형과는 달리 야당 후보들은 일찌감치 도지사선거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불모지로 여겨졌던 호남에서 지지세가 오르고 있는 국민의힘에서는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을 사실상 도지사 후보로 확정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농어업 문화관광도시 건설로 낙후된 전남의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우주항공 중심도시 구축으로 일자리 창출,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서부지역에 대규모 탄소중립 클러스터 조성, 첨단 우주발사체 산업클러스터 조성, 해양관광벨트 조성, 동부권에 국가 첨단의료 복합단지 조성 등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남도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각오다.

진보당에서는 민점기 후보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전남의 현안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 후보는 1997년 강진군 지방공무원에 임용돼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했고, 2002년에는 전국공무원노조 전남본부장을 맡아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헌신했다. 진보당 전남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유효투표의 91%를 받아 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민 후보는 청년농부 공무원 10만 명 단계적 육성과 식량주권 확보, 농민기본법 제정, 노동중심 도정, 노동조합과 동행하는 도정을 통해 임금하락 없는 주 4일제 도입으로 노동중심 평등 도정 실현, 건물원가 공개로 아파트 분양가의 거품을 빼고 도민주택을 반의 반값으로 공급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건물만 분양하거나 장기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공공주택 시행으로 주택 불평등 해소, 광주 군공한 전남이전이 아닌 폐쇄 등 남북 협력과 평화복지에 앞장서겠다는 비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의당의 경우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인두 정의당 전남도당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후보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며 “1월 말까지 후보를 확정하고 도민들에게 공약과 비전을 제시해 타 후보들과의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3월 9일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후에나 도지사선거 등 지방선거 열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시점에서는 현역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는 김 지사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