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가 벌써 2년째, 불과 2년 사이 지구촌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했다. 이런 변화들이 문학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궁금하였으나 시대의 변화를 다룬 소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새로운 몇 가지 양상이 도드라졌다.

대여섯 작품 중에 하나꼴로 고양이가 등장했다. 반려묘가 유행이기도 하거니와 밖으로 나다니기 두려운 시대의 그림자가 고양이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든 가벼운 소품으로 등장시켰든 유행을 반영한 정도일 뿐 새로운 삶의 양상을 읽어내기는 어려웠다.

SF소설이 예년에 비해 압도적으로 늘어난 것도 두드러진 경향이었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 SF라는 이유로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SF라 해도 오늘 우리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이 담겨 있어야 하지 않을까? 좋은 SF는 소설의 외연을 확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단순히 흥밋거리로 읽힐 정도의 SF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도드라진 올해 신춘 응모작의 특징은 작가나 화가 등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런 소설 대부분 감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소설의 수준보다 글을 쓰려는 자들이나 글을 읽는, 문학이 왜소화된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소설은 네 편이었다. 김만성의 ‘킹’은 킹이 되고자 했던 형에 관한 이야기다. 형이라는 인물이 생동감 있고 매력적이었지만, 그가 킹이 되고자 한 근거가 너무 전근대적이라는 점, 주제와 결말 또한 너무 낡았다는 점 때문에 가장 먼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입체적 인물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오랜만에 즐겁게 읽은 소설이었다.

한다은의 ‘도규’는 아무도 치워가지 않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청춘들의 서글픈 기록이다. 그런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그들은 일하는 술집에서 훔친 복숭아 통조림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그 때문에 해고당한다. 밤새 취객들이 토해놓은 토사물을 피해 걷는 화자의 현실이 참담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20대의 발랄한 감수성과 시대감각이 돋보였으나 간혹 비문이 눈에 띄었고, 제목인 도규를 끝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당선작으로 선정하기 어려웠다. 제목도 너무 평이했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은 박청림의 ‘노크’와 고성혁의 ‘아내의 방식’이었다. 먼저 눈이 간 건 ‘노크’였다.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상황설정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고, 구성도 안정적이었으며, 문장도 돋보였다.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방식’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것은 ‘노크’의 주제가 다소 피상적이고 진부했기 때문이다. 진부한 주제를 새로운 감각으로 그려냈다는 점을 더 높이 사야 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삶의 방식까지 유전된다는 주제의식이 치열한 삶과의 전투 끝에 내린 결론인지 의문이 들었다. 고통스러운 삶의 마지막 행동이 폭력이라는 점도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 삶은 포즈가 아니다. 진짜 삶의 감각을 조금만 획득한다면 장차 한국문학의 빛나는 별이 될 작가라 판단했다. 가능성을 확신하기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내의 방식’은 고전적인 소설이다. 문장이나 구성, 주제, 모두 안정적이지만 ‘노크’와 달리 눈길을 확 잡아끄는 에피소드도 없고 감각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실제의 삶을 묵묵히, 최선을 다해서 견뎌온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요즘에는 이런 소설이 귀하다. ‘노크’를 알아봐주는 사람은 많겠지만 ‘아내의 방식’을 알아봐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선택하게 만들었다. 시대의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모두가 외면해서는 안된다. 소설의 진정성을 보여준 작품을 오랜 고민 끝에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당선자는 더욱 정진하기를, 그리고 아쉬운 탈락자들은 새로운 도전으로 자기 문학의 결실을 맺기를 기도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작품이었다.

좋은 소설을 읽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다. 기쁨을 준 모든 응모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