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혼란과 모순으로 가득한 사회가 계속되고 있다. 끝날 것 같은 코로나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와중에서 푯대가 되어야 할 정치지도자들은 무수한 의혹과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기묘하리만큼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 시민들의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염증은 임계치를 넘고 있다.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적대적 공생관계는 행동의 연쇄고리를 유지한 채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참으로 딱하고 답답할 노릇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한계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채 모든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자신을 들여다보기가 무서운 것이다. 굳이 프로이트의 자아방어기제라는 심리학적 용어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런 부류의 삶들은 건강하지 못하다. 특히 상호 간에 약점을 매개로 맺어진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사람들의 성장이나 발달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금년 한 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공정과 내로남불이었을 터다. 내로남불은 입담이다. 내로남불은 잣대가 달라 생긴 현상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잣대를 가지고 측정해야 공정한 것이다. 그래야 서로 간에 신뢰가 생긴다. 이렇게 생긴 신뢰가 일반화될 때 상식이 된다.

상식은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몰상식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상필벌이 필요하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말 바꾸기, 거짓말 등을 서슴없이 해댄다. 대선뿐만 아니라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시민들은 더욱 심해지는소음과 선동에 노출될 것이 뻔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물타기 하기 위해 청년들을 동원하여 활용한다. 언제부터 청년들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았단 말인가. 청년들은 들러리가 아니다. 청년들에게 공정한 것은 자신들부터 허물을 살펴 수정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삶을 공정한 잣대로 측정하여 되돌아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온갖 미사여구를 남발하여 핵심을 흐려 놓을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한국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자성어가 묘서동처이다. 묘서동처는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이다. 그 뜻 자체가 모순이다.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묘서동처는 인곤마핍과의 경쟁 끝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되었다. 인곤마핍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한 상태임을 의미하고 있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삶의 모습을 현실성있게 보여주는 사자성어이다.

이런 표현들은 혼란과 모순으로 점철된 사회상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남은 틀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사자성어이다. 내로남불의 다른 표현이다. 작년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였다. 올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묘서동처의 사자성어는 더욱 사납다.

올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소상공인을 비롯하여 우리 이웃들의 고통 소리가 크게 들리는 한해였다. 이런 고통 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확성기를 통해 자기 소리를 요란하게 내는 후보보다는 낮고 겸손하게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지도자가 선택받길 간절히 염원한다.

인간은 누구든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검은 호랑이 띠인 임인년 새해에는 자기주장 없는 행동이 세상에 널리 퍼지길 기원한다. 상식이 호랑이의 기상처럼 사회의 곳곳에 물들어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