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렇게 긴 싸움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 발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도 유입돼 유행하기 시작했다. WHO의 국제적 팬데믹 선언 등을 거친 이 감염병의 대유행은 우리 삶의 방식에 상상치도 못한 변화를 가져왔다. 모든 개개인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상호 밀접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자각을 지니게 됨과 동시에, 일상에서 누려 왔던 수많은 편의에 대한 포기는 불가피하게 됐다. 멀지 않은 과거에 겪었던 ‘메르스 종식’이나 ‘신종플루 종식’과 같은 ‘전염병 종식’을 위한 통제와 규제의 틀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첫째, 사회적 거리 규제에 따른 광범위한 교육 기관의 비대면 수업 확산은 학생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특히, 유·초·중등학교의 경우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 혹은 사회취약계층에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해 학생 간 학습 격차의 가속화를 가져 왔다. ‘사회적 거리’ 규제는 ‘정서적 거리’ 규제도 생성시켜 어린 학생들 간에도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감시 체계 안에 자신을 두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초래했다.

둘째, 주거환경의 상대적 취약성과 의료혜택에 대한 낮은 접근성 등으로 기인해 소득이 낮은 경우 코로나 19에 감염돼 사망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규제가 아닌, 전체 사회를 어우를 수 있는 전방위적 정책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셋째,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고립감과 우울감 등 심각한 정신건강 및 사회학적 문제가 유발됐다. 외출 자제·모임 금지·자가 격리·능동 감시 등등,..갑작스런 감염병 창궐로 인해 불가피하게 생겨난 생활규제 속에서 맞이하게 된 우울감과 스트레스는 자살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넷째, 무엇보다도 여행 제한과 봉쇄 조치에서 시작된 경제적 불황은 급속도로 확산됐고,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및 자영업 등에 큰 타격을 주어 대규모 경제적 손실이 발생되고 있다. 경제 불안정은 고용해고로 이어져 사회는 전반적인 경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됐다. 강력한 바이러스 앞에 무능력하게 무너지지 않고 우왕좌왕하지 않기 위해 신속하고 다각적인 규제와 통제 정책들이 수립 및 시행됐으나, 이러한 규제 정책들이 2년여 가까이 장기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국민들은 점점 지쳐가고 특히 의료진들은 엄청난 노동 강도와 희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사회·경제적 타격을 주었으며, 이로 인한 경제 침체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낳게 되지 않았는가.

다행히 대다수 국민들이 방역 수칙을 성실히 준수하고 2021년 상반기부터는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이 점차 정착되어 가고 있다. 또한 정부는 고심 끝에 일상회복을 위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을 수립했고, 단계적인 규제완화 정책 시행으로 국민 모두의 일상회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정부 판단의 기저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기존에 격리와 방역에 집중하는 단기적인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규제 방식이 아닌, 독감처럼 관리하고 방역 전략을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기 위함이 깔려 있다.

우리 삶에서 이제 코로나 19는 독감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경구용 치료제의 소식도 간간이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실시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일시적으로 확진자의 증가율을 보이고는 있으나 위드코로나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가 코로나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아마도 코로나19의 종식은 불가능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제는 단계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7개월여 만에 종식됐던 ‘메르스’나 1년여에 걸쳐 싸웠던 ‘신종플루’와는 달리 이번 코로나19는 안타깝게도 매우 강력해 수많은 정부 정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바라는 ‘종식’은 요원한 얘기로 들리며, 여전히 우리는 마스크를 쓴 채로 두려움과 힘듦 속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이제는 또 다시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면서 내년 1월 2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지만 위드코로나 정책을 통해 각종 사회·경제적 규제의 틀을 수정해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한 전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칫 야기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정책을 촘촘히 수립해야 한다. 점진적인 백신 접종률의 향상,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 자발적인 거리두기, 개인들의 철저한 방역 위생 수칙 준수와 더불어 전국민의 규제 해제와 정책 전환에 대한 정서적 합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국면, 위드코로나 시대. 긴 싸움이 종식되진 않았으나 희망이 보인다. 우리는 강력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코로나 이전의 시대보다 조금은 다르더라도 더욱 발전된 사회·경제적 모습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