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FMCG는 일용소비재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Fast Moving Consumer Goods의 약자로, 소비의 속도가 빠르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 제품군 이름을 별도로 묶어 부른다. 여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음료, 과자 등의 식품과 샴푸, 세탁세제 등과 생필품 같은 것이 포함된다. 최근 소비재 제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유행 키워드가 있다. 바로 ‘환경’이다.

지난 수십 년간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한 끝에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들 때쯤 코로나19는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금기시되던 일회용품들이 위생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일회용 마스크, 배달 용기 등 일회용품 쓰레기가 우리 주변에 일렁이자 사람들은 다시 환경보존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을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재 제조사에서 파고들었다.

특히 이 ‘환경’이라는 트렌드는 소비재 중에서도 식품에서 가장 빠르게 접근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무라벨 생수를 들 수 있다. 무라벨 생수는 출시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빠르게 우리 생활에 자리 잡았다. 기존 생수병은 분리배출하기 위해서 소비자가 일일이 비닐 라벨을 제거하고 버려야 했는데, 라벨을 없앰으로써 소비자의 번거로움은 줄이고 재활용률은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효과 덕분에 무라벨 생수 매출은 급증했고 각 생수 업체에서는 앞다투어 무라벨 생수를 출시했다. 그리고 이제는 생수뿐만 아니라 탄산수, 차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료 제품에 라벨이 사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미김, 과자 등 제품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완충제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는 추세도 친환경 제품의 좋은 예다. 이전까지 제조사는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트레이를 없애라는 소비자의 요구에 제품 파손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한 언론매체에서 트레이 없이 제품을 포장했을 때 파손이 얼마나 되는지 낙하 실험을 직접 진행했다. 그 결과 조미김, 카스타드, 초코파이와 같이 푹신한 케익류 과자는 120번의 낙하 실험에도 제품에 전혀 파손이 없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제품을 포장할 때 트레이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런 실험을 할 만큼 필요 없는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소비자의 니즈가 커지자 식품업계는 빠르게 대응했다. 동원 ‘양반김’은 트레이 없이 조미김만을 담은 ‘양반김 에코패키지’를 출시했고, 롯데제과 ‘카스타드’는 2016년 이후 두께를 줄여왔던 플라스틱 트레이를 전량 종이로 바꿔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했다.

위와 같은 식품업계의 변화를 언급한 이유는 소비자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롯데제과에서는 현재 카스타드의 트레이를 종이로 바꾸고, 칸쵸, 씨리얼 컵 제품을 종이로 대체하는 등 ‘No 플라스틱’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연간 약 700t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은 매우 이득이다. 제품에 들어가는 트레이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트레이의 재질, 두께, 크기 등에 따라 다르지만 트레이의 원가는 개당 적게는 10원부터 많게는 100원 가까이 된다. 제품 원가 1원, 심지어 전 단위에 울고 웃는 식품업계의 실정을 생각했을 때 이는 상당히 큰 비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돈덩어리 트레이를 빼버린다면 그만큼 기업은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다행히도 식품업계는 앞서 언급한 변화 외에도 이미 친환경이라는 유행이 다방면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에만 에코 바람이 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유통, IT, 제조 등 모든 분야에 친환경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광주환경공단에서는 광주에서 발생한 하수, 음식물쓰레기, 일반쓰레기 등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환경의 변화를 가깝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매일 600t 이상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광역위생매립장은 소중한 세금으로 조성된 곳이다. 하지만 광역위생매립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있어 이를 늦추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다. 기업이 친환경을 향한 발걸음을 떼게 하려면 우리가 환경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 친환경의 바람은 더 멀리, 강하게 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