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그 도시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을,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럼 그 도시의 현재는 어디를 가면 알수 있을까. 바로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시장은 어디를 가나 그 나라, 그 지역의 특징을 발견하기 좋은 장소이며, 현지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통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활동의 공간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 하는 삶의 현장이며,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꽃피우게 했던 원천이었다.

현재의 전통시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장기화와 유통환경 및 소비패턴의 변화 등 내외부적인 영향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서민경제의 터전인 전통시장의 존립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먼저, 전통시장 고유의 특성을 살린 ‘고객 중심’의 물리적 기반 개선이 필요하다. 일본이나 유럽의 전통시장을 살펴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400년 역사를 이어오며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는 니시키시장은 지역민들의 자랑이자 지역 브랜드 자체가 됐다. 1993년 교토 시는 시설현대화사업으로 니시키시장의 간판을 정비하고 빨강, 노랑, 초록색을 교차시킨 지붕을 얹었다. 이는 식품점이 대부분인 시장의 특성을 살려 식품이 신선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당시 교토의 학자들이 고안한 것으로 지금은 그 지붕이 니시키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광주시에서도 매년 전통시장의 노후시설개선 및 고객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통시장 고객들의 니즈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최적화된 형태로 구조화돼야 한다. 광주시에서는 역사·문화·관광 등 특화자원과 시설현대화 요소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광주 전통시장의 고유 정체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중점 추진해 나갈 것이다.

다음은 전통시장에 문화관광적 요소를 가미해 고객의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시장으로 재탄생돼야 한다. 2020년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설문조사한 결과, 시장에서 주로 많이 연상하는 이미지로 ‘전통적인’(58.8%, 중복응답),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57.9%), ‘옛 추억이 떠오르는’(46.5%)을 꼽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는 전통시장이 과거의 유통채널로서의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성이나 문화를 지닌 특색 있는 관광지로서의 역할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전국적으로 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지역 명품시장으로의 새로운 활력을 넣고자 시장별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 서문시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대구시가 실시한 ‘2019 대구관광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야시장)이었다. 서문시장이 대구의 대표 관광명소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볼거리가 가득한 야시장의 관광 콘텐츠에 있다. 즉 전통시장 내에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기획하여 대형 유통업체가 제공할 수 없는 문화체험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간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광주시는 2019년 양동상권에 이어 올해 동구 충장상권과 광산구 송정역세권상권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다. 향후 5년간 최대 200억원을 확보하여 광주 핵심 상권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국내외적으로 패러다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에서 소상공인과 관련된 것은 비대면 거래의 확산이다.

그동안 광주시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비대면 유통방식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7월 광주시 공공배달앱인 ‘위메프오’에 ‘시장장보기’ 코너를 개설했다. 지난 8월에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방송에서 상인들이 직접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인 ‘라이브커머스’를 전통시장에 안착시켰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1년 스마트 시범상가에 동구와 광산구 소재 전통시장 및 상점가 4곳이 최종 선정되어 지역 상권의 스마트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통시장의 주체인 상인들의 적극적인 혁신 의지가 필요하다. 전통시장 고유 특성에 부합한 맞춤형 특화프로그램 개발·운영과 함께 현대적인 고객관리기법, 공동마케팅 등 시장 내부로부터의 경영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은 도시재생사업과 궤를 같이한다. 전통시장에 대한 물리적인 기반 조성과 함께 변화하고자 하는 상인들의 의지가 함께 한다면 광주공동체의 한축인 전통시장의 옛 명성을 되찾는 길이 멀지 않을 것이다. 최근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간한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러스틱(rustic) 라이프’를 2022년 트렌드 중 하나로 뽑았다. 2022년에는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여유가 있고 정과 인심이 살아 있는 우리지역 전통시장을 더 많이 아끼고 방문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