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요즈음 TV에서는 집을 주제로 하는 프로를 심심찮게 방영되고 있다. 대게는 건축가나 연예인이 대상의 집을 방문하여 집주인에게서 설계 배경이나 이용 행태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건축가가 이를 건축적으로 해석하는 프로다. 사람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때 만족도가 높은데도 아파트가 도시주택의 주류가 되는 상황에서 다른 유형의 집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무주택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해야 할 아파트가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대상이 되고있고, 경제적 성공의 상징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집은 시대적·지역적 ·부지적 상황이나 특성은 물론, 가족수와 주거요구, 관련 법규 등이 다양한 요소와 요구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의 행태를 만든다.

행태가 반복되면 관습과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된다. 집이 다양한 류형이 있어야만 하는 이유다. 그래야 같은 규모끼리 형성되는 획일적인 계층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고, 경제적 약자들이 주눅 드는 일도 덜하게 된다.

금세기는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소자녀 고령화사회가 고착화 되고 있는 시대다. 혈연가족의 붕괘와 함께 1인가족이 보편화되면서 고독한 절연생활이 고착화되고, 고독사가 걱정되는 시대다. 몇해 전에 일본 NHK가 무연사회(無緣社會)라는 제목으로 도쿄의 한 다구가 주택에서 혼자 TV를 보다가 숨진지 오래된 사람에 대해 방영하면서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망자가 한해에 3만 2000여명이나 되고 있다고 했다. 홀밤,홀밥등의 생활은 행복과 장수의 최대 저해 요인인 사회적 관계단절로 이어지기 쉽다.

더구나 노인인구의 반 이상이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빈곤노인이다. 빈곤노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적고, 주거가 불안정하고 고독한 절연생활이 많다는 의미다. 그래서 OECD는 2012년에 한국에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고령자 맞춤형 주택공급과 대중교통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했지만, 이에는 여전히 소홀히 하고 있다. 거기에 절연생활을 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집의 규모는 작았지만, 이웃에 열려 있었다. 그래서 이웃은 언제나 사촌이었다.

반면 지금은 집의 규모는 커?지만, 이웃에는 닫혀 있다. 오래전에 이규태 선생은 ‘한국인의 생활 구조’의 책에서 한국인의 집을 5실과 5허로 이야기 했다. 1실은 집이 작고 사람이 많을 때이고, 1허는 집이 크고 사람이 작을 때라고 했다. 그것은 혈연가족이 붕괘된 지금은 다시 유효하다. 이제 1인가족이 절연생활에서 벗어나서 사회가족이 되어 활력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한집에 1인 가족이 각기 개인공간에 거주하면서 거실이나 식당, 화장실 등의 공용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집의 재조명도 필요하다.

1인가족의 절연생활의 도래가 우리보다 훨씬 빨랐던 일본에서는“ 언제든지 누구와도 만날 수 있고, 혼자가 되어도 외롭지 않은 1인 고령자의 집, 싱글 맘들이 아이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과 복지가 결합된 집, 홀식, 홀밤의 생활의 속에서도 가끔은 대가족처럼 모여서 밥을 먹는 비 혈연가족들의 주거형태와 생활, 낡은 주거단지에 모여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젊은 사람들의 생활‘등 다양한 관점에서 집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아파트를 거주자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규모와 공간형태의 주호를 섞여서 배치하고, 복도를 골목길처럼 만들어서 이웃관계를 강화하는 등 마을형 아파트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간의 준비형 아파트를 주문형의 집처럼 만드는 일도 즉 하고 있다. 복지와 의료와 결합하는 소규모의 공동 집도 늘어나고 있다. 아무리 비 싼 집이라고 하드래도 지금처럼 동일한 기계에서 찍어낸 붕어빵 같은 획일적 모습의 아파트가 꼭 좋은 집인가도 생각해 보와야 할 때이다.

1973년에 ‘작은 것은 아름답다’ 라는 책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책은 “인간은 작은 것이다. 그래서 작은 것이 멋지다, 거대해지는 것을 쫓아가면, 자기파멸에 이른다”고 주장하여 그때까지의 상식적 사고였던 ‘큰 것이 좋다’ 라는 주의를 공격하였다. 물론 당시 오일쇼크로 일상생활이 축소하지 않으면 않되는 상황도 있긴 했지만, 획기적 주장이었다.꽤 오래전에 일본에서는 다카무라 토모야라는 사람이 세평 남짓한 집을 짓고 살면서 작은집에 살고있는 사람들을 취재하여 ‘작은 집을 권한다’를 책으로 출간했었다. ‘단순하지 않은 것은 피곤하다, 집이 짐이 되어서는 않 된다. 공허한 욕망들을 내려놓는다. 자유를 얻는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등을 주제로담었다.

귀담아 들어 볼만한 키워드다. 또 하나는 집은 마을의 시작점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마을이라는 사회 공동체속에서 살아야만, 고독감에 빠지지 않고, 이웃관계가 형성된다. 절연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다양한 이웃관계와 사회활동을 통해서 사회가족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은 개인프라이버시 보장과 함께, 이웃에 열려 있도록 반공적 공간을 통해서 공동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거주 공생, 지역 공생, 환경공생의 집이 된다.금세기는 그런 집이 좋은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