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혁신학교와 관련한 논문을 쓸 때의 일이다. 혁신학교는 그냥 혁신학교라 부르면 되는데 혁신학교가 아닌 학교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특히 혁신학교와 혁신학교가 아닌 학교들을 서로 비교해서 분석하는 경우에는 더욱 고민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혁신학교가 아닌 학교를 ‘일반 학교’라 칭하여 서술하긴 했지만 지금도 ‘혁신학교 아닌 학교’로 했어야 하지 않았었나 하는 찜찜함이 남아 있다. 혁신학교를 일반적인 학교와 반대 또는 대립되는 학교로 생각하게 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와 대립되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니어야 한다.

혁신학교 교감으로 4년째 일하고 있다. 평교사 시기 혁신학교에 참여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학교혁신은 내가 교사로서 해 내야 할 가장 중요한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나름 최선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를 멈추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먼저 혁신학교가 이제 그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좀 거창하지만 “혁신학교는 민주적 자치공동체와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의한 공교육 혁신의 모델학교(경기도교육청)”라 할 수 있다.

예산 등 다양한 지원을 해 주면서 학교 교육을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났다.

모델학교는 그 역할이 다할 때까지 유지하는 임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혁신학교는 그동안 학교자치와 민주화, 학생 인권 신장 등에서 학교를 변화시키는데 있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한편 학생들의 학력과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신장 관련해서는 후퇴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어찌됐든 학교 혁신의 성과는 이제 거의 드러난 것이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성과와 개선방안을 바탕으로 모든 학교를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른바 “혁신학교 아니고 학교혁신”으로 나가야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제 학교 혁신 정책의 일반화가 필요하다.

둘째,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구분 짓는 것은 모든 부분에서 모범과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여러 학교들을 존중해 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를 잘 못 이해하는 사람들은 혁신학교야말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장 옳고 좋은 학교라 말한다. 그러다 보면 혁신학교 아닌 학교는 옳지 못하고 안 좋은 학교란 말이 되어버릴 수 있다.

혁신학교가 옳고 좋은 학교라는 명제는 과연 참인가? 문맹사회에서는 글을 깨우치는 것이 옳은 교육이었고, 근대사회에서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었다. 산업사회에서는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정의였고, 군부독재 시대에는 민주화를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이었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핵심 역량을 준비 시켜주는 것이 옳은 교육이고 정의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러한 교육은 혁신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든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혁신학교보다 훨씬 더 학생들의 미래사회 대비 핵심 역량을 잘 길러주는 학교는 차고 넘친다. 오히려 그 비율이 혁신학교들에 비해 더 높을 수도 있다.

자치와 인권 그리고 참여와 소통 등 혁신학교의 지향은 이미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시대정신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정신은 혁신학교만이 추구하는 교육방향이 아니고 모든 학교가 추구해야 하는 핵심적 과제가 되었다.

그러므로 ‘혁신학교’를 고집할 것이 아니고 모든 학교에서의 ‘학교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혁신학교와 혁신학교 아닌 학교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

특별한 예산이 드는 혁신학교 말고, 그냥 ‘학교’를 통해 학교 교육을 혁신하고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준비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