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난 12월 6일 제58회 무역의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한 해 동안 수출에 신기록을 세운 기업을 축하하고 그 구성원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출 기업들의 분전으로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총 8회에 걸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10월 26일자로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한 해 최단기간인 299일만에 달성했다. 연말까지 수출은 63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무역 총액이 1조24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과 유가 급등에 의한 수출단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품목들이 고르게 수출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와 전남의 수출도 10월까지 각각 16.4% 증가한 131억 달러와 57% 증가한 348억 달러를 기록해 연간 수출액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서는 반도체, 냉장고, 타이어가, 전남에서는 석유 제품, 철강, 선박 등 주력 수출 품목이 고루 선전하며 지역의 수출을 견인했다.

이런 실적은 대기업만이 아닌 중소기업들의 노력이 뒷받침돼 가능했다. 중소기업 수출은 지난 11월 29일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실적 1052억 달러를 돌파해 코로나19 이전 성과를 넘어섰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은 중소기업의 생산 비중이 높은 식품,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 수출도 늘어났다. 이에 전남도의 경우 올해 수출의 탑 수상 기업 30개사 중에 10개사가 식품 수출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김, 전복 외에도 우리의 전통 장류나 김치, 해초류 등 다양한 식품업체들이 포함돼 중소 수출기업의 활력과 저력을 보여줬다. 광주시에서는 가전, 의료, 자동차관련 부품 중소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거둬 18개 기업이 각각 실적에 따라 100만 달러에서 6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의 탑을 받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거센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수출 성과를 달성한 기업들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의 목소리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물류대란으로 인한 물류비 급등이 계속되고 있어 수출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영세 중소기업들의 수출 포기가 이어지는 현실이다.

내년에도 국내외 무역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미중 무역분쟁 종식도 불투명해 보이고 물류 대란 해소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현실적인 여러 어려움을 헤쳐 오면서 지금까지 수출 실적을 경신해 온 것처럼 현재의 위기를 이겨낼 것이다. 우리는 과거 석유파동, 외환위기 등 큰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았다.

우리의 수출 역량을 자만하지도 말아야겠지만 너무 위축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세계를 상대로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당당하게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면 된다. 우리 무역의 핵심이었던 제조업 외에도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이 한국의 음악, 영화, 음식 등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제조업만이 아니라 문화 서비스 산업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무역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때다. 드라마 제작사로 유명한 스튜디오 드래곤은 올해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고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이 수출 8억 달러를 달성했다. 선진국들이 부를 창출하는 양상을 보면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제조업 중심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다가 점차 고기술 적용 제조업과 금융, 문화 등 서비스 산업 비중을 높여 왔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은 제조업 보다는 금융, 문화 산업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이기는 하지만 바로 지금이 우리의 수출역량을 바탕으로 K-컬처를 지렛대 삼아 보다 창의적, 진취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때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달성한 우리 수출 기업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