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광주를 ‘노잼도시’라 한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조소거리로 치부하고 말 사안은 아닌 듯싶다. 특히나 광주가 좀 더 나은 도시가 되길 바라는 시민이라면.

‘도시의 재미’ 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으로, 나아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재미 ‘있는’ 도시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어떻게 연결이 되냐고?

일단 재밌는 도시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이 모여들면 도시에는 다양성과 상상력이 넘치게 된다. 다양성과 상상력은 도시 곳곳에서 기발한 실험들을 유발하고, 실험의 경험들은 지역과 마을 혁신의 불쏘시개가 된다. 그리고 지역과 마을의 혁신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원천이 된다. 그야말로 선(善)순환이다. 그러므로 ‘재밌는 도시’가 되는 일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전제조건이 되는,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재밌는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도시 안에 재미를 느낄만한 콘텐츠(인프라)의 유무가 먼저일까? 아니면 재미있는 콘텐츠를 즐길 줄 아는 시민(인식)의 유무가 먼저일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문제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필자는 후자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처음부터 ‘재미’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며, 재미를 느끼는 과정도 일종의 학습을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미를 잘 아는, 그래서 재미를 잘 찾는 시민들이 필요하다.

고기도 먹어본 자가 맛을 안다는 말처럼, 재미도 느껴본 자가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재밌는 도시는 도시에서의 여러 경험을 통해 ‘도시의 재미’를 발견하는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밌는 도시의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이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이 많은 도시가 되는 건 어쨌든 좋은 것 아닐까?

그렇다면 도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취향과 재미라는 감정을 일깨우는 경험은 어떤 것들일까.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아마도 ‘문화’적 경험이 그 역할을 가장 잘 해낼 것이다. 유네스코에서는 문화의 개념을 “사회나 어떤 사회집단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정신적, 물질적, 지적, 정서적 특징들의 집합, 그리고 예술과 문학 이외에도 생활양식들, 함께 사는 방식들, 가치 체계, 전통, 신념 등을 포괄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 ‘문화’는 매우 광범위하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토록 다양한 문화적 산물의 집합소가 도시라는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도시의 문화적 경험을 통해 각자의 재미를 발견하게 될 확률이 크다.

이렇게 각자의 재미를 발견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도시는 다시 도시의 다양성 확장으로 환원되며, 도시의 다양성은 점차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 다양성은 존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윤활제가 되고, 이는 도시의 포용성과 회복력으로 연결될 것이므로.

이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말할 때 문화의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 여기저기서 경쟁하듯 ‘문화도시’ 타이틀을 내걸고 있는 것이 반증 아닐까? 인터넷 사전에 ‘문화도시’는 다른 도시보다 문화적 사적(史蹟)이 많거나 학문, 예술의 문화 활동이 활발한 도시라고 되어 있다. 광주는 문화도시일까? 앞서 말한 논리대로라면 문화는 재밌는 도시의 토대가 된다. 그러니 만약 광주가 노잼도시라면 문화도시는 당연히 아닐 것이며, 지속가능한 도시라고 말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번 노잼은 영원한 노잼’ 이런 무시무시한 법칙은 없으니, 늦게나마 ‘노잼도시’ 광주의 오명을 벗고, 재밌는 도시가 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광주광역시 민관협치기구인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997년부터 5년단위 거버넌스 실천의제를 수립하고, 실천해왔다. 현재는 내년부터 추진할 6차 신규 의제를 작성하고 있는데, 기존에 부재했던 문화 분야를 특별의제로 선정하여 ‘지속가능한 도시와 문화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본격 진행 중이다. 광주에는 여러 문화예술 거버넌스가 있는데, 이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광주의 문화적 기반을 쌓기 위한 야심찬 판을 그리고 있다.

광주는 예향도시라는 수식어처럼 이미 문화예술, 문화기획 활동가들이 많다. 이는 도시 안에서 재미를 찾을 줄 아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니 희망적이다. 문화가 일상이 되며, 그 안에서 샘솟는 상상력들이 지역사회 면면으로 흘러가 각양각색의 시너지를 뿜어내는 재미 ‘잇는’ 도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