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봉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남이 아니라 자신인 것 같아요.”

이원우 승진산업 대표(62)는 한평생을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살아온 ‘마을 토박이’다.

60년이란 세월을 한 동네에서 지내온 만큼 어떤 가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정의 경제 형편이 어려운지를 줄줄이 꿰고 있다.

이는 그가 12년이란 세월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봉선동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김장김치 나눔 사업에 참여하는 배경이 됐다.

그가 매년 겨울마다 선뜻 내놓은 기부금은 쌓이고 쌓여 어느덧 7000여 만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올해도 7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봉선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주민자치회와 통장단, 지역 주민들은 이 후원금으로 김장 재료비를 마련, 올해도 합심해 750㎏의 김장 김치를 담았다.

이 사랑의 김장김치는 지역 사회복지시설과 봉선동 소외계층 등 150세대에 나뉘어 졌다.

이 대표는 “저는 봉선동에만 62년을 살았다. 지금은 봉선동이 잘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지만 결손 가정과 독거노인 등 어려우신 분들이 많다”면서 “어렸을 적에도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동네에 많이 살았고 저도 그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남구청 뒤편의 집부터 학강초등학교 방면까지 1시간 20분 가량을 매일 걸어다닐 정도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이때 꼭 성공하면 남을 돕고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회했다.

이후 사회에 뛰어든 그는 영업 등 각종 업무를 거친 끝에 승진산업이라는 번듯한 회사까지 창립했다.

그가 이뤄낸 자수성가의 꿈은 자연스럽게 ‘나눔·봉사’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회사를 다닐 적 지인 중에 고아원과 소외계층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이 있었다. 이 지인과 봉선동 주민들에게도 김장김치 나눔을 해보자는 약속을 했었는데 지인의 건강이 안 좋아져 혼자라도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 때가 봉선동에 첫 후원금을 지급한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어진 인연은 동네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고, 이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주민자치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도 이 대표를 포함한 봉선동 주민들의 이웃사랑을 막지 못했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는 이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매출 하락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후원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기부와 봉사는 많이 가졌다고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기부는 시작되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타인을 위한 시간으로 내어줄 때 시작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동네에서 힘들게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제 부모 같은 마음이 들어 외면할 수가 없었다”며 “지금은 김장 봉사활동이 단순한 봉사를 넘어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말의 화합과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선동 이웃사랑에는 주민자치회, 자생단체, 통장단의 헌신도 함께 했다.

이들은 매년 겨울에도 3일에 걸쳐 배추 등 재료 준비, 김장, 마지막 배달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해 오고 있다. 수백 포기에 달하는 김장을 하기 위해선 돈보단 남을 위한 마음과 많은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도움을 드렸던 동네 어르신들을 우연히 만나 ‘김치에 밥을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말을 들으면 가장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저보다는 내 일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한결같이 봉사해주는 많은 분들의 헌신에 존경하는 마음이 크다. 봉사자 모두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따뜻한 온기 한 포기라도 전하고 싶다는 생각과 소소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