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요즘 TV를 보면 A건강기능식품 광고가 눈에 띈다. 양손에 가득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아가는 가족의 모습과 일가친척들이 한데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훈훈한 광경이다. 이는 얼마 전까지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했던 우리 삶의 한 장면이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위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불효자는 옵니다’, ‘아가야 추석엔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마음만 보내라’. 작년 이맘 때 농담처럼 대화의 소재가 되었던 현수막 문구 중 일부다. 참으로 씁쓸하고 각박한 현실이지만 올해도 온 가족이 모이는 단란한 추석을 맞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추석은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 있어 달빛이 유난히 맑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추석의 순 우리말인 ‘한가위’도 8월의 한 가운데 있는 큰 날 이라는 뜻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윗날만 같아라’ 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추석에는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도 많은 음식을 장만해서 나눠먹고 즐거운 놀이를 하며 지낸다는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풍요로운 추석이 와도 여전히 그늘지고 소외된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있다. 이들 역시 광주 공동체의 구성원이기에 쉴 새 없이 살피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공직자의 역할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광주시 공직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은 2020년부터 ‘급여 끝전나눔’에 참여하고 있다. 매달 급여 중 끝전의 일부(1000원 미만, 1만원 미만)를 기부하거나 급여의 정률 혹은 정액을 기부하는 사업으로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약을 체결해서 투명하고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 모금액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소외계층 지원, 장학사업 지원, 지진피해 발생시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에 쓰여진다. 지난해 광주시 공직자 등이 끝전나눔을 통해 십시일반 모금한 3500만원의 성금은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되어 이번 추석에 소외계층 시민들이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추석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생계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코로나19로 직접적 피해를 입은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14차례에 걸친 민생안정대책을 시행한 바 있다. 지난 9월 2일 발표된 제14차 민생안정대책에는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와 위기 계층을 대상으로 3개 분야 26개 사업 12만1891명의 시민과 업체 등에 351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아울러, 추석 명절을 앞둔 오는 17일까지를 ‘코로나19 극복 민생경제 특별주간’으로 정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사업장, 사회적 기업 등을 방문해 애로사항도 청취한다. 코로나19를 물리치고 민생과 지역을 살려야 하는 광주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시기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속에서 맞는 추석은 소외된 이들에게 더욱 각박한 명절이 되고 말았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된 지금, 복지시설을 찾는 사람들의 왕래가 주춤해지고 잔뜩 움츠린 지역경제와 소비심리는 활로를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소외된 사람은 더욱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한층 더 힘들어지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 깜깜한 터널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은 있다. ‘광주 정신’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정체성에는 역사 속에서 내재된 평화정신, 인권 감수성, 나눔과 연대의 정의로운 공동체 문화가 응집돼 있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왔던 저력이 있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두운 밤 구석구석을 비추는 새하얀 보름달의 정기를 받아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온정을 베푸는 따뜻한 광주로 돌아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최대한 사람간의 만남을 줄이고 비대면으로 마음을 전하는 방역수칙을 지키는 일이다. ‘만남은 언택트, 마음은 컨택트’, 이제 말로만 외치는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적인 방심이 방역체계를 단번에 무너뜨리고, 지역 전체를 코로나19 위기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부디 이번 추석에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각자가 코로나19를 이기는 현명한 선택을 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