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순박해 보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학교수가 후학들을 양성하며 온갖 성향의 사람들을 접해봤을법한데 그에게는 전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 워낙 그의 순수한 성품이 보였기에 작품보다 앞서 눈에 띄었다. 굉장히 쑥스러움도 많이 타는 그였지만 작품의 지향하는 세계는 뚜렷해 보였다. 어쩌면 그가 사찰 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것은 당여해보일 정도였다. 그는 내로라 하는 미술대전에서 당시 26세 최연소 대상 작가로 화제를 모은 장본인이다. 이강욱 작가(홍익대 미술대학 교수)가 그다. 아라리오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 중이기도 한 이 작가의 개인 전시가 지난 8월26일 개막, 오는 10월31일까지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 열린다. 출품작은 쇼윈도 2점을 포함해 89점.

전시 설명 중인 이 작가.

이 작가가 아라리오 전시를 열 때 무각사 청학 주지 스님이 전시를 관람한 것이 인연이 돼 전시로 연결됐다. ‘움직이는 상, 변화하는 색’이라는 타이틀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그가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탐색해온 것으로, 세포 입자 등을 확대해 관찰해 본 결과, 의외로 내부가 넓다는 것을 확인한 뒤 자유로운 융합적 표현으로 회화의 추상성을 작가만의 독창적 사유와 기법으로 구현해낸 작품들을 출품했다.

전시 전경

그는 추상의 원칙이 내재돼 있는 듯하다. 그냥 추상이 아닌, 원형에 대한 몰입을 통해 정신세계와 자아의 문제를 화면에 투영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작가 설명대로 공간에 대한 심화된 탐구의 흔적 및 회화의 본질인 색과 작가의 행위성 극대화, 미시와 거시의 세계 대비 등 다양한 회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인 지오메트릭 폼과 제스처, 보이지 않는 공간 등의 시리즈에서 읽을 수 있는 담론들이다.

전시 전경.

유독 많은 미세입자들이 눈에 띄는데는 작가만의 그런 표현들을 성사시켜주는 도구들인 셈이다. 물감을 수없이 덜어내고 겹쳐가면서 색을 가지고 논다라는 생각으로 수많은 공간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정작 그는 색을 쓴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톤을 쓴다”고. 이를 통해 상대적 색감에 대한 톤을 만드는 동시에 배경이 비쳐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꾀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여기에는 작가만의 많은 데이터를 통한 톤이 표출된다.

‘지오메트릭 폼’ 시리즈

더 지능화되고, 교묘화된데는 2008년부터 2016년부터 영국 유학시절 탄탄하게 다진 철학 등 다채로운 관심사와 실제적 학습을 통한 작업의 개념적 모티브의 발굴에서 기인된 것으로 읽힌다. 대표적으로 ‘지오메트릭 폼’을 들 수 있다. 이 시리즈는 고대 힌두 철학의 텍스트인 ‘우파니샤드’로부터 출발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파니샤드의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의식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물질 이상의 것이 있는가’ 등 근원적 물음에 대한 부단한 탐구를 지속해온 흔적들이 현재 작품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제스처’ 시리즈

동료인 정연심 교수(홍익대)는 그의 작품에 대해 “그의 작업은 신체를 통한 행위성이 강조된다는 측면에서 1970∼1980년대 단색화의 계보를 잇는 한편, 색이나 재료의 물성 대신에 톤과 레이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추상회화로 이해될 수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이강욱 작가는 26세 최연소로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 국내외에서 26회 개인전을 열었으며, 홍익대 대학원 시절 대한민국회화대전 대상, 동아미술상, 송은미술상 등 다수 수상했다.

‘보이지 않는 공간’ 시리즈

‘보이지 않는 공간 ’ 시리즈로 화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국제 아트페어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오고 있으며 국내 화단의 블루칩 작가로 명망을 쌓았다. 그의 작품 소장자 중 연예계 톱스타 C씨 역시 이 작가의 작품 두점을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