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나중에 미술로 전향해 줄곧 여성의 강인한 생명성을 화폭에서 탐구해온 김진희 작가가 열네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는 15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3층 G&J 갤러리에서 열린다. 출품작은 50여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여성의 꿈 실현을 위해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사회 통념상 여성을 꽃으로 비유하고, 남성을 새와 나비로 비유하는 것을 전제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러면서 동서양의 합일을 지향한다. 이를테면 재료 사용하는 면에서 보더라도 그렇다. 작가는 전통적인 모시에 오일을 활용한다. 이는 한국적 재료와 서양적 재료를 활용해 양극단 같은 다름의 문화를 한 화면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꽃신이나 족두리, 그리고 하이힐로 표현하는 것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작가는 꽃신에 하이힐을 얹혀 표현한다. 각각의 여성용 물건들의 상징성을 포착해 표현의 영역을 넓히는 시도를 끊임없이 탐색한다. 작가의 화면에서는 예쁜 신발은 여성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며, 족두리를 올리는 것은 결혼을 상징하는 것으로 치환된다. 결국 여성의 재탄생이나 여성을 대지로 인식하는 작가의 의식이 발현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No. 62)

출품작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 연작에서 드러나는 여인상은 창백하면서도 가냘픈 몸매를 지니고 있다. 그가 화면에서 드러내는 여인상은 태아를 담고 있는 볼록한 배를 하고 있거나, 바람에 흩날리는 한복의 실루엣과 소녀에서 여인으로의 재탄생을 알리는 결혼식에서 볼 수 있는 족두리와 비녀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한껏 치장한 여인은 새로운 도약의 상징이자 자아를 관조하며 사색에 잠긴 듯한 치켜 올려진 눈매, 간결하면서도 단아하게 마무리 된 선이 두드러진다. 이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 여인의 우아한 자태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 세계 혹은 소녀에서 여인으로의 탈바꿈에 대한 환호와 축복을 이끌기 위해 비교적 화려한 색채를 구사한다.

이처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 연작에서는 모시라는 전통 천에 오일을 사용해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한편, 서양적 재료와 기법을 동시에 구사해 보편성과 특수성을 획득하려 한다.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변화와 모색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요소의 하나로 읽힌다.

20대 때 결혼해 광주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작가는 “실기는 어렸을 때부터 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영문학을 한 뒤 뒤늦게 본격적으로 미술공부를 하게 돼 현재에 이르게 됐다”면서 “예술이란 시커먼 고통의 잿더미 위에서 한 가닥 가녀린 하얀 꽃, 순백하고 순결한 하얀 꽃을 피워 올리는 작업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진희 작가

김진희 작가는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제13회 개인전과 아트바젤 마이애미와 프랑스 파리 신년전 등 국내외 기획전 및 단체전 200여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