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느날문득,서늘하게불어오는가을바람에괴로워애써읊어도세상에내마음을아는사람이없고창밖에는밤이깊도록가을비가내리고등잔앞에서만리길머나먼고향을그리워하는통일신라말기고운최치원(崔致遠857~?)의마음이담긴‘추야우중’으로가을밤은깊어만간다.

전라도영암상대포구에서열두살어린나이에만리타향당나라로조기유학길에올라열일곱살에빈공진사에급제하였으나외국인이라는신분으로벼슬을맡지못하다가환관들의수탈과핍박에저항하여일어난농민운동을토벌하는고변(高騈)장군아래종사관으로근무하게된다.

적군을설복하고항복을권유하며선동하는글을격문이라고하는데비록최치원의이름이아닌상관의이름으로쓴글이지만수천명의반군을일으켜장안(長安)에나라까지세웠던주동자황소(黃巢)가읽고놀라침상에서떨어졌다는토황소격문으로유명하다.

시진핑중국국가주석이2015년중국방문의해개막식축하인사말로언급한최치원의화개는눈속에서도칡꽃이피고봄이면매화,벚꽃,녹차꽃이만발하는지리산아래쌍계사일대를동쪽아름다운호리병속의별천지라고예찬한다.

2013년한중정상회담에서도시진핑주석은“돛걸고푸른바다에배띄우니긴바람에만리를통하네”(掛席浮滄海,長風萬里通)라며한·중문화교류의유구한역사를피력했다.최치원이28세에신라로돌아오며아득하기만한대해를바라보며배를띄우니속세의모든욕망이덧없음을노래한‘범해’이다.

국가주석뿐만아니라수많은예술인이최치원의시와문집에서모티브를얻어화제로다루고중국양저우시에서는기념관을짓고매년10월15일을최치원의날로기리고있다.

어쩌면1160년전최치원으로부터한류는시작되었다.

한국의언어와몸짓으로전세계를열광하게만드는일곱명(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의방탄소년단(BTS)이바로천년의시간을돌아온최치원일수있다!

누구든한번도이룰수없을거라고생각했던빌보드메인싱글차트에10주간정상의자리에오르고영국기네스월드레코드23개의신기록으로명예의전당에입성하며자랑스러운한국문화예술의전령사로갈채를받고있다.

어린나이에지방출신으로만리길타향으로떠나남이백번을하면나는천번을노력해야한다는인백기천의마음가짐처럼방탄소년단(BTS)도전국각지에서열다섯,열일곱의어린나이에낯설고좁은공간에서생활하며하루11시간이넘는시간을노래와칼군무로피나는노력의결과일것이다.

최치원이상투를천장에매달고바늘로허벅지를찌르며공부한다는현자무가로보낸6년의시간처럼2013년6월13일에데뷔한방탄소년단도2017년11월AMA(아메리칸뮤직어워드·AmericanMusicAwards)시상식의레드카펫을밟으면서아시아를넘어전세계로비상하게된다.

방탄소년단은공식데뷔전부터연습과정과일상생활을트위터SNS에공개하며팬들과직접소통방식은폭발적인유튜브조회수로이어졌다.빌보드칼럼니스트제프벤저민은방탄소년단멤버들이직접작곡하고제작하는음악적스타일은해외팬들의선호하는취향을저격하게된요인으로본다.

최치원이유학생활중제도와관습의잘못으로강제로시집가서스스로목숨을끊은자매를위해무덤에‘고운그대들을꿈속에서라도만날수있다면무슨허물이되겠는가!구름이녹아비가되고귀신이되어서라도만나서옛사람의노래를부르자(雲雨之情)’고시로위로했는데자매가꿈속에찾아와서밤새도록시문을이야기했다는쌍녀분(雙女墳)설화가바로그것이다.

방탄소년단도다른사람과토론하며어려움을이해하고10대후반에서20대를지나면누구나공감하는현실과이상의갈등을소재로담아내고있다.

이것은더나아가정치와사회적신념을나타내는효과로볼수있다.

계층과언어의장벽을넘어보편적인메시지로세계인에게가슴으로노래하고마음을움직이는방탄소년단의멤버슈가(민윤기)의“나는어른이되고싶지않아요.”라는말처럼어른이되더라도꿈을잃지않고꿈을향해끊임없이정진하는모습속에서오늘의나를반추해본다.힘겨운오늘도반갑게맞아주는보름달빛을마주하고내일을소망하기를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