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1930년대 호남지역 문인 가운데 유일하게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주창했던 전남 나주 출생 작가 이석성(李石城·1914~1948·본명 이창신)이 1932년 창작한 시 ‘우리들의 선구자 말라테스타를 애도한다-말라여! 철의 사나이여’를 시 전문 월간지 ‘시와 사상’ 3월호(3월1일 발행)의 ‘손을 잡는 세계의 시인들’ 코너에 원문 전체를 수록하는 등 일제 강점기 프로문학 운동을 벌였던 이 지역 문인의 미공개 일본어 시 작품을 발굴, 현지 문예지에 소개했던 장본인이다.
여기다 지난 5월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 1905∼2004)의 저항시집 ‘조선 처녀의 춤’(범우사 刊) 번역을 주도해 국내에서 출간했는데, 이 시집은 일본 판매금지 1호 여성시인의 저항시집을 국내에 처음 출간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올들어 한일 저항문학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온 김 교수가 편역을 담당해 빛을 보게 된 저항시인 편역서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조선 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에는 일제 치하 저항 시인으로 평가돼온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이상화 심훈 조명희 등의 주요 작품 10편씩이 선정돼 한글 원문과 일본어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이들 중 심훈 이상화 조명희의 경우 주요 작품이 한글과 일본어로 일본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각 시인의 생애와 활동을 간략하게 정리한 형태로 꾸며졌다. 이 편역서는 일본 후바이샤(風媒社)에서 9일 출간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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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교수가 이처럼 저항문학 연구자로 발을 내딛게 된 출발점 역시 과거 군부독재 정권 아래에서 저항문학을 추구했던 문병란 시인으로부터의 영향이 컸다는 전언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무렵 입시학원이었던 광주대성학원에서 문병란 시인과 인연이 닿으면서다. 그때 문 시인이 조선 시인의 저항과 독립정신을 통해 신군부세력의 지배 현실과 그 모순을 은유적 화법으로 지적, 민주·민중 의식과 민족통일을 강조하는 강좌를 접하면서 큰 감명을 받은 이후 평생 연구의 방향으로 잡았다. 그의 저항문학 관련 연구와 역사의식 등에 관한 연구 동력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이번 편역서와 관련해 문병란 시인의 가르침에 힘입어 생전에 그가 애송하던 시인들의 시편들을 엮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 교수는 그동안 문병란 시인이 평가한 이들 대표 저항 시인들의 시편을 일본에 소개하기 위해 지난해 늦가을부터 실행을 준비해왔다. 나주 출신의 저항시인 이석성을 새로 발굴, 관련 논문을 작성하던 무렵이다. 그 작업을 계기로 의식의 저변에 잠재하고 있던 일제 강점기 저항 시인들을 일본에 소개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 이번 출간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김정훈 교수는 서문에서 “세계의 코리언에게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저항 시인들이다. 최근 일본에서 윤동주는 말할 것도 없이 다른 시인도 소개되고 있는데, K문학을 좋아하는 일본인에게 읽히는 것은 공감을 부르는 요소가 그들의 세계에 내재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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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교수 |
김정훈 교수는 그동안 ‘문병란 시집-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 ‘김준태 시집·광주로 가는 길’, ‘마쓰다 도키코-시집 조선 처녀의 춤’ 등 다수를 번역, 출간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