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세계경제포럼의 크라우스 슈밥 회장은 코로나 시국에서 우리의 선택은 적응하거나 죽거나(Die or Adapt)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지속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위협 속에서도 전 세계는 지속가능한 사회와 국가의 유지를 위해 다방면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전과 다른 일상은 당연시되는 반면, 변화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시대에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인적자원개발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견인해온 국가기술자격제도 진화를 성찰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20세기 중반 세계 최빈국에서 고도성장을 통해 G10국가로 진입이 가능했던 것은 질 높은 교육투자와 직업훈련 시행, 기술자격제도 운영 등 다층적인 인적자원 개발이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산업현장의 수요에 적합한 자격제도를 운영해 기술 인력의 직업능력을 개발하고 사회적 지위향상과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국가기술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973년부터 국가주도로 이뤄진 기술자격은 노동시장의 신호기제로써 역할과 선도 기능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자격은 근로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적자산의 가치를 알려주는 능력인정 신호기제기능과 근로자의 경력개발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평생능력개발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특정 자격의 응시자 급증은 해당 노동시장의 활성화 신호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와 관련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가 급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격의 선도 기능의 일례로 정부에서는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다룰 전문 인력 배출을 위해 자율주행 등에 활용되는 공간정보 융합 서비스 및 콘텐츠 개발 직무(공간정보융합 산업기사), 공간정보데이터 수집. 가공. 분석직무(공간정보융합 기능사)의 자격을 신설해 2023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이(AI)이 주도하는 현재는 컴퓨터 칩의 연산능력이 2년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 보다 7배 빠른 기술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검정형 자격이 주로 양성훈련을 통해 습득된 직업능력 평가에 편중돼 실제 산업 현장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문제가 지적돼 오고 있다. 자격증 취득자임에도 해당 산업현장에 취업이 되었을 때 직무 수행 시 어려움에 직면해 자격의 능력인정 신호의 효용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기존 검정형의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2015년부터 국가기술자격의 취득방식에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신규로 도입해 운영해 오고 있다. 과정평가형 자격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기반으로 설계된 교육훈련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내·외부평가를 거쳐 합격기준을 충족하는 교육훈련생에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자격제도이다.

산업현장의 직무를 중심으로 직업교육·훈련과 자격 간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고 교육훈련 과정 중 훈련생과 교수자간의 지속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평가기법을 다양화함으로써 자격취득자가 현장에서 바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일 잘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신호기제로서 역할을 충실이 이행하고 있다. 2020년도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자의 업무수행능력은 5년 경력사원 대비 51.4%, 기대수준 대비 70.5%로 나타났으며, 현장 적응시간도 평균 2.3개월, 76%의 직무연수 기간이 단축됐고, 과정평가형 자격취득자의 재 채용 의사도 70%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과정평가형 자격도입 7년차인 2021년 현재, 참여교육기관은 올해 163개 기관에서 총 276개 과정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으며 누적 1만9838명이 자격을 취득한 상태이다.

우리지역 관내 직업계고에서는 광주자동화설비공업고등학교, 금파공업고등학교,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가 산업기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동일미래과학고등학교 등 다수의 직업계고에서 참여 준비중에 있다. 이 밖에, 한국폴리텍V대학 광주캠퍼스, 동강대학교, 호남직업전문학교 등 교육훈련기관에서도 과정평가형 자격증 과정을 운영하며 관련분야로의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는 ‘제4차 국가기술자격 제도발전 기본계획(2018~2022)’을 통해 장기적으로 검정형 자격을 축소하고, 과정평가형 자격을 2022년까지 전체 자격 취득자의 10%까지 확산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 공단은 금년에도 과정평가형 운영기관 모집을 통해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더욱 확산할 예정이다. 모집기간은 오는 13일부터 10월 8일까지이며, 대상종목은 기계설계 등 178종목(2022년 신규 14종목포함)이다. 국가직무능력(NCS)기반 과정평가형 자격의 성공적인 전환으로 현장 맞춤형 우수 근로자와 기업 모두의 생산성 향상을 지속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