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방송 SBS가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지난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사용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방영된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에선 폭탄으로 건물이 붕괴되는 장면이 뉴스 보도 형식으로 담겼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아직 조사 중이고, 피해자와 유적들의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에 사용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뜨거웠다.

논란이 일자 펜트하우스3 제작진은 다음날 “광주 학동 붕괴 사고 피해자 및 가족 분들, 포항 지진 피해자 및 가족 분들, 그리고 모든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 중대성으로 볼 때 단발성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학동 참사는 재난 희생자 유족, 부상자 가족뿐 아니라 광주시민, 많은 국민에게도 깊은 트라우마로 남은 재난사고이다. 현재진행형인 사고를 픽션인 드라마에 삽입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제작진이 붕괴사고를 폄훼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제작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드라마가 걸러짐 없이 방송될 수 있다니, SBS가 공중파 방송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광주시는 김용만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다른 장면에서 포항 지진 이재민 뉴스를 사용한 것을 보더라도 단순한 방송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드라마 제작진은 경위를 상세히 조사한 후 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MBC가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일부 국가를 폄훼하는 방송사고를 낸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또 다른 공중파TV가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드라마를 방영함으로써 방송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SBS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학동 붕괴 사고를 드라마에 삽입한 제작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