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무용을 접한 한 관객의 한 줄 감상평이다. 사실 불교무용은 공연예술로 접하기는 힘들다. 불교 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 종교적 색채가 묻어있기에 일반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한 장르로 꼽힌다. 허나 한 번 보면 그 마법 같은 이끌림에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명상할 때 쓰일 법한 음악이 잔잔하게 무대에 흐르고, 무용수는 그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고 평안이 찾아온다. 코로나19로 일상이 환란할 때, 보기에 딱이다.
연극인 윤여송씨(예린소극장 대표)와 그의 평생 동반자인 송매 김홍정 선생(송매불교무용아카데미 대표) 부부가 힘들고 지친 시민들을 위해 특별한 공연을 준비해 눈길을 끈다. 오는 10일 오후 5시 예린소극장에서 펼치는 불교무용 무대가 그것.
불교무용은 불교의식 ‘영산재’에서 행해지던 공양의 춤으로, 영가의 천도를 기원하면서 마음을 위로한다.
더불어 춤을 추는 사람과 보는 이의 내면까지도 맑게 하는, 몸으로 드리는 공양의 춤이다. 영산재가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문화적 가치와 예술성이 이미 인정됐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낯설고 생소한 예술의 한 언저리에 불과했다.
이번 공연은 이처럼 쉬이 보기 힘든 바라춤, 나비춤, 연화무, 제석춤, 논개살풀이, 관음무 등 불교무용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기회다. 춤의 용어마저 낯설기에 각 춤의 장마다 윤여송씨의 재미난 해설과 시낭송 등이 곁들어져 보는 재미를 더 한다.
먼저 첫 무대에서는 ‘바라’를 양손에 든 무용수가 등장한다. ‘바라’는 놋쇠로 만들어진 것으로, 서양악기 심벌즈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날 무용수는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소리 ‘다라니경’에 맞춰 춤을 춘다.
이어 몸짓으로 공양을 드리는 ‘나비춤’이 소개된다. 나비춤은 일정한 장단과 리듬이 없는 범패와 목탁, 북 등 사물의 반주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빠른 동작은 거의 없고 고개나 어깨의 움직임도 없이 고요하고 정적인 춤이 신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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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을 들고 추는 연화무 공연 모습. |
세 번째 무대는 화려한 의상이 독보적인 ‘연화무’다. 춤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번에는 양손에 연꽃을 들고 춤을 춘다. 봉래산의 선녀가 연꽃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와 임금의 노고를 위로하고 선정에 감사함을 드리기 위해 춤을 추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불교의식에서의 ‘연화무’는 화려한 의상과 춤사위로 영가의 극락왕생을 인도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평안을 기원하는 축원의 춤이다.
전통 신앙인 무가에서 행하던 ‘제석춤’도 만나볼 수 있다. ‘제석춤’은 가사와 장삼을 입은 무당이 허리에는 붉은 띠를 두르고, 고깔을 쓰고 추는 춤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진도 씻김굿을 기반으로 지전춤과 고풀이를 통해 망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풀어줘 이승에서의 모든 업을 털어내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춤으로 구성했다. 고풀이는 현재 전라도 무속에서만 행해지고 있어 의미를 더 한다.
‘논개살풀이’는 춘당 김수악 선생의 창작 살풀이춤으로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이 함락되자 왜장을 안고 남강으로 투신한 의기 논개의 혼을 달래는 춤이다. 하얀 소복 차림의 살풀이 춤과는 달리 논개살풀이 춤은 화려한 색상의 의상을 입고 손에는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노란 수건과 왜장을 상징하는 빨간 수건을 들고 춤을 춘다.
마지막 무대는 불교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관음무’다. 황금색의 의상과 장신구 등으로 치장하고, 연꽃을 들고 시작된다. 여기서 연꽃은 모든 중생이 본래부터 가진 불성을 나타내며, 꽃이 활짝 핀 것은 성불한 것을 뜻한다. 아직 봉우리가 피지 않은 꽃은 번뇌망상에 물들지 않고 장차 피어날 불성을 의미한다. 고요하고 정적인 춤사위와 미세한 손끝의 움직임으로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표현하는 관음무는 망자가 왕생하고, 현세를 사는 사람들도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무원하기를 기원하는 춤이다.
공연을 기획한 윤여송씨는 “불교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무용수의 호흡을 좇다보면, 춤을 추는 자와 음악 그리고 관객이 어느새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다”며 “마음의 고요를 통해 일상의 어지러움을 잠재우고, 1시간20분여 관람 시간 속에서 인생의 참 의미를 반추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감동후불제. 문의 010-4123-6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