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농어촌 현실을 외면하고 탄생한 청탁금지법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19 여파로 생계위협에 빠진 농어민들을 최소한이라도 돕고 보호하자는 취지를 묵사발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전국 농어민 단체는 물론 농어촌 지역 단체장, 정치인들을 총망라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명절 추석에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을 촉구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규정된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농축수산물 유통 판매량은 설·추석 명절에 집중돼 있다.

한해 소비량 가운데 명절 때 사과는 35~40%, 배는 60~70%가 팔리고 추석·설 선물세트 가격이 과일은 5만 원 이상이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 한우는 98% 이상이 된다. 시장상인들은 명절 때를 두고 대목장사라고 한다. 그만큼 농어민들과 중소상인들, 유통업계도 중요한 시기이다. 명절의 즐거움을 선사하지 못할망정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에 폭염과 폭우로 농어민들의 피해가 상당했다. 특히 전남지역은 지난 7월 5일부터 이틀간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장흥, 강진, 해남, 진도, 광양 등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폭우로 3명이 사망하고 2만4994㏊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고 400여 축사농가가 침수·파손 되고, 32만여 가축이 폐사 됐으며 배수장, 배수지 제방, 용·배수로 등 약 145개소가 일부 유실됐다. 또한 강진에서만 전복 2261만 마리가 죽고 진도군에서는 35어가의 양식시설이 침수되거나 파손됐으며 전남전역에 해양쓰레기 약 3000t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전남도의회가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해 신속한 복구와 이재민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준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농어가들은 불난 집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농어가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잘 알리라 믿는다. 또한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정책들을 입안하고 연구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우선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서 긴 어둠의 터널에서 허덕이는 이들에게 숨통이 트이도록 해야 한다.

이번 추석에 농수산물 선물가액을 20만 원으로 상향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농어촌의 산과 들녘, 바다에서 땀 흘리며 가을 수확의 기쁨과 웃음을 선사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농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조정은 지난해 추석, 올해 설 두 차례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 한 바 있다. 명절이 임박한 한시적인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농축수산물 판매가 20~30% 이상 증가했었다.

이에 전남도의회는 8월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명절 농수축산물 선물가액 상향 법제화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실상 청탁금지법은 농어민들에게는 환영 받지 못하면서 제정됐다. 지난 2017년 정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공직자 등 법적용 대상자에게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과 선물의 가액을 각각 3만 원, 5만 원, 10만 원으로 규정했다. 일명 김영란법 이었다.

이는 적용대상인 선물에서 농축수산물을 뇌물로 간주해 관련업계 농가들은 물론 단체와 해당 지역의 반발을 샀다.

전남은 넓은 농경지와 비옥한 땅, 청정 바다, 갯벌에서 다양한 농축수산물이 생산되고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를 보유하고 있어 결국 전남이 직격탄을 맞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시 전남도의회는 2017년 본회의에서 청탁금지법 중 농축수산물은 제외해 달라는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일부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법 개정을 통해 명절 상향 법제화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농어촌 현실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인건비 상승은 고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입국하지 못해 웃돈을 주고도 일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원재료나 자재비 가격이 그대로 있는 것도 아니고 물가상승과 맞물려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 하고 금어기이니 잡지 말라는 소리뿐, 정말 곡소리가 나는 곳이 농어촌이다.

축산 농가도 다를 바 없다. 소 값은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정작 사료 값 등 필수인 부대비용은 상승하기만 하고 있다.

필자는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청탁금지법이 맞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기회에 법을 손질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두가 풍성함을 만끽하고 은혜를 입은 이웃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전하며 기쁘고 훈훈한 마음으로 한가위 추석을 맞이할 수 있도록 농어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