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의인법은 사람이 아닌 대상을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비유를 말한다. 가령 하늘에 해가 떠있거나, 밤에 비가 내릴 때 ‘해님이 웃는다’, ‘밤비가 흐느낀다’라고 말한다. 물론 이 표현의 이면에는 해를 바라보거나 밤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이 개입되어 있다. 그냥 ‘해가 떠 있다’, ‘밤비가 내린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이 기쁘거나 슬픈 마음일 때 자신의 감정을 ‘해’나 ‘밤비’에 이입시켜 은연중에 드러낸다. 의인법은 흔히 문학작품에서 잘 사용한다. 특히 시(詩)를 쓸 때 유용하게 구사할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해가 웃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밤비가 흐느끼는 일도 없다. 그저 해가 떠있고 밤에 비가 내릴 뿐이다. 그럼에도 사물에 마음을 투사시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문학형식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시인이 자신의 감정을 사물을 통해 드러내는 것과 더불어 사물에 생명, 또는 인격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시는 대부분 의인법을 적용한다. 눈보라나 찬바람 속에서 벌거벗고 있는 겨울나무에게 여름날 무성했던 나뭇잎을 모두 떨구고 춥지 않느냐고 노래한 동시는 나무를 하나의 사물로 바라보지 않고 사람과 같은 생명체로 바라보는 까닭에 나무 이파리 하나 걸치지 않는 겨울 나무가 추울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담겨있다. 이렇듯 의인법은 사물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의인법’을 그저 문학작품을 형상화시킬 때 사용하는 기교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생명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를 구분하지 않고 인격을 지닌 생명체로 인식하는 의인법을 생활방식으로서 삼아 실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이는 물질적 가치를 숭배하는 자본주의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단 하루라도 사건사고가 없는 날이 없는 시대이다. 심지어는 돈을 위해서라면 부모까지 살상하는 막된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의인법적 세계관으로 사물을 바라보았다. ‘만물유생(萬物有生)’ 즉 모든 사물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생명을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사람을 낮추고 만물을 높이는 겸손의 미덕을 가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비가 내린다’고 하지 않고 ‘비가 오신다’고 하였고, 사나운 호랑이를 ‘산신령’이라고 했다. 그것뿐인가, 우리 선조들의 민속적인 삶을 살펴보면 사람의 목숨과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 사물들의 등가를 같이 매겼음을 알 수 있다. 마을 앞 당산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여겨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커다란 바위조차 신령한 힘을 지닌 존재로 인식하여 소원을 빌었다.

이러한 사고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직 사람의 머리만이 ‘머리’라고 불러야하는데도 ‘돼지 대가리’를 국밥집 유리창엔 ‘돼지머리’라고 표기되어있다. 대가리라고 부르면 왠지 호칭하는 자신이 경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애완동물들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개와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겨 그들에게 사람처럼 이름을 붙여 부른다. 이름을 붙인다는 행위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군대시절 고참병이 ‘김일병’이라고 호칭하는 것보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더욱 친근감이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이름을 부르는 마음 속엔 따스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집에서 함께 사는 개나 고양이에게 이름을 부르면 그것이 제 이름인 줄 알고 온갖 교태를 부리며 사람과 교감을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상처를 주는 인간관계보다 개나 고양이는 사람에게 절대로 상처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못된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가 병들고 늙으면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애완동물들은 언제나 기쁨을 준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이 함께 가족으로 사는 데는 이름이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한다. 주인이 단지 편의를 위해 이름을 지어준 것이 아닐 것이다. 이름을 갖는 그 순간 존재가 인식되고, 동물은 사람과 같은 반열에 올라 아들·딸이, 사람은 엄마·아빠가 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한다. 개 한 명, 나무 한 명, 고양이 한 명, 꽃 한 명이라고 부르면 세상은 더 밝아져 경찰서도 없어지고, 법원도 없어져 마침내 전쟁도 없어 남북 통일이 빨라질거라고. 이렇듯 철딱서니 없는 시인의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현실이 될 일은 요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산을 오르다가 만난 산비둘기를 바라보며 “쟤네 식구는 올 봄에 쌍둥이를 낳았으니 네 명이 되겠네”라고 말하고 싶다. 프란시스코 성인처럼 휘파람을 불면 산새들이 날아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보니 어느새 마음이 따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