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으면 그걸로 충분해(김인태 지음·상상출판·1만3900원)=남극에서 쓴 파란만장 에세이로, 저자는 남극에 가기 위해 면접을 본 뒤, 극지훈련을 받고 곧바로 남극으로 떠났다. 원래 이 책의 콘셉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20대의 삶과 생각’이었다. 내용에는 현실 부분이 거의 없어 이상만 잔뜩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20대의 사회적 통칭이었던 ‘N포’도 ‘YOLO’도 아닌, ‘재밌는 삶’을 살겠다는 실천이 남극에 가게 되고, 브런치에 1년 반 넘게 연재를 거친 후 책으로 출간되게 됐다. 미술과 경제를 전공하고 있으며, 요리로 남극에 다녀온 발레가 취미인 남자 대학생. 그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삶이 어떤 걸 경험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땅의 역사. 3 군상:나라를 뒤흔든 사람들(박종인 지음·상상출판·1만6000원)=30년 차 베테랑 여행문화전문기자 저자가 그동안 부지런히 보고, 듣고, 걸었던 이 땅의 또 다른 이야기다. 역사기행서인 이 책에는 기존에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알게 모르게 왜곡되고 은폐돼온 ‘인물’들을 다룬다. 이를 두고 작가는 ‘군상의 민낯’이라고 했다. 꽤 오랜 시간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인물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동시대를 살면서도 각기 다른 선택과 행동을 했던 수많은 이들을 통해 역사가 다양한 갈래로 나뉘어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어떤 것이 ‘최선’의 삶인지, 또 누구의 삶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지 꼭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배불뚝이 항아리 사내가 사는 우리 동네(김명국 지음·문학의전당 刊·1만원)=시인동네 시인선 154번째 권으로 나온 시집. 다문화 가정을 지키는 농촌 시인의 고투가 투영돼 있다. 그의 시의 샤먼적 언술은 경직되고 획일화된 현대인의 무감각한 감각을 열리게 하는 은유적 담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샤먼의 주술은 범신론에 근간하고 있어서 자연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듯이 자연숭배와 조상숭배를 내재한 그의 시의 주술적 담론은 자연친화적인 인간의 생존법을 고양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자연과 인간과의 경계를 불식시켜 인간사를 신화로 승화시키는 그의 샤먼적 언술이 궁극에는 치유의 세계로 유인하는 동시에 지금의 농촌현실을 반영해 독자의 성찰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비판적 성찰이 돋보인다.
▲누구든 오라 그래(서유재 지음·서유재 刊·1만2000원)=어린이문학선 두리번 9번째권으로 나온 동화다. 2018년 제주에 수백 명의 예멘 난민이 입국한 일을 다루고 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의견에 난민에 대한 편견까지 더해지면서 난민 문제는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 일은 우리 사회가 세계 시민으로서 난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계기가 되어 준 사건이었다. 이 동화는 전쟁과 테러를 피해 이라크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라오네 가족을 중심으로, 라오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다. 무심코 한 말과 행동에 담긴 차별과 혐오, 그로 인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오해를 풀고, 나아가 더불어 사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함께 성장해 가는 라오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조영란 지음·문학의전당 刊·1만원)=시인동네 시인선 155번째 권으로 나온 시집. 시인은 ‘일상’의 순간들에서 새로운, 낯선 세계를 끄집어낸다. ‘끄집어낸다’라는 표현은 자칫 어떤 세계가 그 순간 안에 내재하고 있는 듯한, 그리해 시인이 손을 뻗어 꺼내기만 하면 되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의 순간들에서 새로운, 낯선 세계를 끄집어낸다는 것은 ‘발견’과 ‘창조’가 혼재된 상태에 가까울 듯하다.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숙명여대를 졸업,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를 아끼는 가장 현명한 자세’가 있다.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설명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 영원의 공백에 시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거짓말 같은 크리스마스(김희철 지음·가문비어린이 刊·1만1000원)=즐거운 동화 여행 136번째 권으로 나온 동화 . 남주는 누나 여주와 함께 할머니와 옥토끼 연립 옥탑방에서 산다. 엄마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일 다니느라 멀리 가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 감동슈퍼는 국민주네 집이다. 감동슈퍼 개업식 날 남주와 여주, 민주 3인방은 싹쓰리로 이름을 짓고 바람인형 사이에서 춤을 추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로 한다. 할머니까지 가세해 춤을 춘 그날, 남주는 바닥에서 돈뭉치를 줍는다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저자는 추리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숙명처럼 동화를 만났다. 필력은 정성이라 믿는다. 그동안 ‘거짓말 같은 핼러윈데이’와 ‘송곳니의 법칙’, ‘뻘소리’, ‘소리를 보는 아이’, ‘소리당번’ 등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