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필문학의 내외연이 약화돼가는 현실 속 현직 교사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수필집을 펴냈다.

주인공은 광주 동신고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전남 화순 출생 수필가 박용수씨로, 이번에 에세이집 ‘나를 사랑할 시간’을 수필과비평사에서 현대수필가 100인선 아흔세번째 권으로 펴냈다.

‘벌써 두번째 서른이다. 첫 번째가 흔들리며 요란하게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호수처럼 잔잔하게 맞이해야 할 일이다. 세상을 향한 선전포고였다면 이제 나 자신을 향한 조용한 속삭임이어야 한다. 그간 열심히 찾아다녔다. 모두 밖에서 찾아 헤맸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찾지도 얻지도 못했다. 그러니 이제 능숙하게 아주 차분하게 내 안에서 나를 탐색하고, 얼마 남지 않는 주어진 시간 동안, 나를 사랑해야 할 것 같다’

위 내용은 표제작 나를 사랑할 시간에 수록된 내용이다. 이번 수필집이 지향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1963년생으로 곧 예순에 도달할 시간을 앞둔 가운데 겸허하게 두번째 서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만큼 한 순간도 휴전이 없었던 삶을 반추해보고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삶의 향방에 대해 나지막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투영하고 있다.

이 에세이집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자성이자 남은 시간들에의 설계다. 살아오면서 저자 자신이 접해온 세계와 존재들에 대한 생각들을 담백하게 전개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결코 가보지 못한 미지의 시간들에 대한 탐색을 하고 있는 듯하다.

지나온 시간들은 그리움이라든가, 쓸쓸함, 후회감 등의 정서로 다가가면서 미지의 시간들에는 슬며시 몸을 기댔더니 기다렸다는 듯 어깨를 내어준 나무처럼 주변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위해 지지대가 되고, 저자 자신 역시 누군가를 기대며 가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돼 있다.

이처럼 저자 자신이 자아와 삶을 성찰하는데는 ‘나를 사랑할 시간’ 중에서 언급했듯 그 누구보다 석양에 물든 자연과 황혼에 물든 삶이 아름답기보다 슬프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이번 에세이집은 4부로 구성됐으며, 40편의 작품과 연보가 수록됐다.

현대수필가 100인선은 수필과비평사가 국내 수필문학 발전에 한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하는 취지로 시작된 가운데 편집위원회를 두고 작가를 선정해 40편 내외의 작품을 수록한 문고판으로 출판해 선보여 왔다.

박용수씨는 전남대 국문학과를 졸업, 200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그동안 에세이집 ‘꿈꾸는 와불’, ‘사팔뜨기의 사랑’을 펴냈다. 광주예술문화상과 광주문학상을 수상했다. 광주문인협회 회원과 화순문학회 편집국장, 무등수필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